반도체

[테크다이브] "OLED 진화는 계속된다"…애플도 주목하는 'ALD'

김도현
- 과거 시도했다가 실패…장비·소재 등 개선으로 재도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제조 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8대 공정으로 구분되는데요. 웨이퍼 – 산화 – 포토 – 식각 – 박막 – 금속배선 – 웨이퍼 테스트(EDS) - 패키징 순입니다. 디스플레이 박막트랜지스터(TFT)의 경우 세정 – 증착 – 세정 – 포토레지스트(PR) 도포 – 노광 – 현상 – 식각 – PR 박리 순서로 진행되는데 반도체 단계와 상당 부분 겹치죠.

시작부터 전문용어를 쏟아내 정신이 없으셨을 텐데요. 오늘 알아볼 공정은 ‘증착(蒸着)’입니다. 반도체에서는 박막을, 디스플레이는 봉지 또는 유기물을 만들 때 쓰이는 기술인데요. 한자를 풀어보면 ‘찔 증’에 ‘붙을 착’을 씁니다.
쉽게 말해 특정 물질을 가열시켜 물체 표면에 입히는 과정이죠. 부연 설명하자면 진공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고 물질은 금속이나 화합물 등을 일컫습니다.

증착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나뉘는데 크게 3가지가 대표적입니다. ▲물리적으로 증기를 이용해 증착하는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화학적으로 증기를 이용해 증착하는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원자층을 한 겹씩 쌓아올리는 ‘ALD(Atomic Layer Deposition)’ 등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PVD에서 ALD로 갈수록 더 어렵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PVD와 CVD는 재차 구분됩니다.

PVD는 열 증발, 전자빔 증발, 스퍼터링 등이죠. 열 증발은 진공 챔버 속 사료를 가열해 증착하는 방법인데 주전자에 수증기가 맺히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전자빔 증발은 열 증발과 거의 동일하나 열전달 대신 전자빔으로 가열한다는 차이점이 있죠. 스퍼터링은 타격을 주어 튀어나오게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증착 재료에 충돌하면서 방출된 원자들이 기판에 증착하는 식입니다.
CVD는 증착 기판의 성질(비정질·다결정 등), 증착 조건(온도·성장 속도·압력) 등에 따라 분류됩니다. 그중에서 PE(Plasma Enhanced)CVD가 널리 쓰입니다. 플라즈마는 분자상태로 존재하는 기체를 강한 전압에 의해 이온으로 나눠 놓은 상태입니다. 이온화한 기체를 400도 내외 온도로 높여 화학반응을 시키면 이 과정에서 원하는 물질이 기판에 고르게 쌓이고 불필요한 이온들은 서로 결합해 기체상태로 배출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닮은 점이 많은데요.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반도체 기술을 디스플레이에 최적화해 응용합니다. 반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디스플레이도 PVD – CVD – ALD로 전환하는 추세죠.

이렇게 바뀌는 것은 특정 물질이 입혀져 형성되는 박막을 최대한 얇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함인데요. 그동안 PVD와 CVD로도 충분했으나 기술 수준이 점차 향상되면서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과거 대비 박막 접합성이 떨어진다거나 두께 미세 조절이 어려워진 것이죠.
대안으로 꼽힌 것이 ALD입니다. ALD는 원료와 반응 가스를 번갈아 주입하면서 박막을 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원자층을 하나씩 적층하기 때문에 나노미터(nm) 단위 박막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ALD는 흡착 – 치환 – 생성 – 배출의 4단계를 반복하면서 완성되는데요. 흡착은 1차 소스인 전구체를 표면과 반응시켜 접착하는 과정입니다. 전구체란 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을 일컫습니다. 가령 이산화탄소의 전구체는 탄소가 될 수 있겠죠.

치환은 전구체와 다른 2차 소스인 반응체를 넣어 흡착된 물질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순서입니다. 참고로 1차 소스와 2차 소스를 각각 주입하기 전에는 잔여물 제거가 필요합니다.

1~2단계를 통해 전구체와 반응체 합쳐진 새로운 막이 만들어지는데 이 부분이 생성입니다. 이후 잔류 가스들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1개 층만 표면에 흡착되는데 이를 배출 단계라 부릅니다. 이러한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층수와 두께를 조절하게 됩니다.
일련의 설명을 종합하면 ALD와 PVD 및 CVD의 가장 큰 차이로 ‘소스를 순서대로 공급하면서 쌓느냐, 한 번에 투입해 여러 막을 단일 공정으로 쌓느냐’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ALD는 얇은 두께, 낮은 온도, 균일한 조성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낮은 온도가 긍정적인 이유는 공정 시 변수, 전력 소모 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공정 속도가 느리고 전구체와 반응체 등으로 활용 가능한 소스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도체에서는 공정 미세화로 ALD 활용도가 높아졌는데요. 속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을 노광 공정에서 만회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자외선(DUV) 기술로 회로를 새길 때 2~3차례 패터닝을 진행했다면 극자외선(EUV) 도입 시 1차례 패터닝만 해도 되는 덕분에 여기서 번 시간을 증착에서 활용할 수 있던 것이죠. EUV는 DUV 대비 얇은 붓을 사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좀 더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ALD 관련 장비가 개선된 부분도 한몫했습니다. ALD 분야에서는 일본 도쿄일렉트론, 고쿠사이일렉트릭 등이 강세인데요. 증착 설비 선두주자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고쿠사이를 인수하려다 무산됐는데 업계에서는 ALD 노하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추정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을 필두로 유진테크, 원익IPS 등이 상용화했거나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는 D램 커패시터, 시스템반도체 트랜지스터 내 게이트 등을 형성할 때 주로 쓰이는데요. 이 부분은 차후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에 적용된 ALD가 디스플레이로 넘어오는 요인으로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과 연관이 있습니다.
OLED는 한국말 그대로 유기물이 발광원인데요. 이 유기물은 예민해서 수분, 산소 등과 닿으면 변형이 됩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박막봉지(TFE)라는 걸 씌웁니다. 해당 과정을 봉지 또는 인캡슐레이션 공정이라 부릅니다.

TFE는 무기막과 유기막으로 반복적으로 쌓여 구성된 층인데요. 무기막은 수분과 공기 침투를 막는 역할인데 소재 특성상 작은 이물질(파티클)이 존재합니다. 파티클 이슈로 핀홀이라는 미세 구멍이 생겨 이곳으로 공기 등이 침투할 수 있게 되죠. 따라서 중간중간 유기막을 쌓아 침투 경로를 늘려 수분과 공기가 유기발광층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현재 무기막은 PECVD 방식으로 쌓고 있는데 이를 ALD로 변경하고자 하려는 것입니다. 사실 ALD 도입은 과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시도한 바 있는데 속도는 물론 비용,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문제로 무산됐죠.
재차 시도하려는 건 OLED 응용처가 넓어진 점, 접는(폴더블) 패널 등 신개념 디스플레이가 등장한 점 등이 이유입니다. 우선 OLED는 스마트폰에서 태블릿,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에도 투입되고 있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지기는 했으나 평균 2~3년이라고 보면 IT 기기는 5년 내외, 자동차는 10년 내외죠. 단순 계산으로 2~3배 이상 유기물이 버텨줘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TFE 내구성이 중요해지겠죠.

ALD 기반 TFE는 PECVD 대비 조직이 더 정밀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갈 대신 고운 진흙을 쌓는 셈이라고 볼 수 있죠.

원자층을 적층하는 만큼 ALD 기술을 활용하면 TFE도 더 얇아지는데요. 이론적으로 PECVD 기반 TFE가 수 마이크로미터(㎛)라면 ALD의 경우 0.05㎛ 내외로 수백분의 1 정도로 얇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디스플레이가 얇아질수록 폴더블, 돌돌 마는(롤러블) 패널 등을 구현하는데 유리하죠. 얇은 종이가 두꺼운 종이보다 접기 편하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OLED에서 ALD를 요구하는 주요 고객으로는 애플이 있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에 이어 아이패드 등에도 OLED를 적용할 계획인데요. ALD 기반 TFE를 통해 OLED 수명을 늘리겠다는 심산이죠.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폴더블폰을 준비 중인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먼저보다는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애플의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죠.

장비사가 ALD 전용장비를 개발 중인 것처럼 디엔에프 등 소재사도 ALD 기반 OLED용 전구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4년 전후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ALD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애플의 OLED 투입 아이패드, 폴더블 아이폰 등 출시 전망과 시기가 겹치죠. 실패 사례가 있는 만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과거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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