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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간의 두 사람이 한 장면에…통신과 미디어 만난 SKT '팀스튜디오'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등장하는 배우 A와 B. 실제 두 배우의 촬영 장소는 물리적으로 다르지만, 드라마 속에선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 동시 촬영이 가능하다. 5세대이동통신(5G)망 기반의 초저지연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면서다.

#. U자 형태의 스테이지에 오른 출연진을 기하학적인 무늬가 수놓아진 LED 월이 감쌌다. 카메라 이동에 따라 출연진 개개인의 모습이 TV 화면에 차례로 잡혔다. LED 월은 TV 화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페이드인·아웃되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LED 월(Wall)의 크기로 경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무수한 경쟁자가 등장한 지금, LED 월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다. 대신 LED 월에 어떤 디지털 공간을, 얼만큼 적은 비용으로 담아낼 수 있는 지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SK텔레콤은 팀스튜디오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업체들과 손잡고 이런 버추얼 스튜디오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나가겠다는 포부다.

LED 월 기반 버추얼 스튜디오, 일반 스튜디오와 어떻게 다를까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6월 경기도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팀스튜디오’를 개관했다. 팀스튜디오는 ‘볼륨스테이지’와 ‘XR 스테이지’ 등 2개의 대형 LED 월 스테이지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LED 월 기반의 버츄얼 스튜디오는 일반 스튜디오와 ▲배경 ▲빛 ▲반사광 ▲몰입도 등에서 차이점을 가진다.

기존에는 배경을 위한 세트장을 꾸리는 데만 이미 많은 인력과 자원이 요구됐다. 특히 야외 촬영의 경우, 원하는 환경을 그대로 담아내려면 날씨와 이동시간 등 고려해야할 부분들이 많았다.

LED 월은 이러한 배경의 제약을 쉽게 해결했다. 원하는 시간대에 촬영하기 위해 며칠을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빛의 흐름이나 반사광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배우의 입장에서도 LED 월에서의 촬영이 몰입하기 쉽다. 빈 초록색 배경에서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해야하는 크로마키 촬영과 달리, LED 월에선 눈으로 직접보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스튜디오의 규모가 콘텐츠를 촬영하는데 작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SK텔레콤은 이 부분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혁 SK텔레콤 미디어지원담당은 “팀스튜디오는 4K 영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 데 있어 부족하지 않는 규모”라며 “더 크면 넓은 공간 채우는데 오히려 화질 개선과 배경 어셋에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통상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해 창고를 개조해 활용하고 있는 다른 스튜디오들과 달리, 판교 쇼핑몰 내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부수적인 강점이다.

◆ 컨소시엄 꾸려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SKT 인프라는 '덤'

이런 팀스튜디오는 현재 SK텔레콤이 투자하고, 컨소시엄 3사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2020년 국내 최초 LED 월 스튜디오를 개관한 ‘엑스온스튜디오’과, ▲최근 개봉한 영화 ‘한산;용의출현’ 제작에 참여해 시각 특수효과 기술력을 입증 받은 ‘미디어엘’, ▲자체 기술로 개발한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아이튜버’로 주목받고 있는 ‘두리번’ 등 세 곳과 컨소시엄을 이뤘다.

팀스튜디오는 SK텔레콤과 이들 미디어 전문기업들이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김 담당은 “팀스튜디오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서로 상호보완되는 각 분야의 전문기업을 모시고 함께 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시대 변화와 시대 정신을 이끌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자가 아닌 전문기업과의 연합으로 구성한 것이 팀 스튜디오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한 클라우드·인공지능(AI)·5G 등 ICT 기술을 활용해 이들 기업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김 담당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자체적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가지고 있다”라며 “해당 채널의 프로그램들의 다음 시즌을, 이런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해 몰입도 있는 콘텐츠 제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엑스오스튜디오는 팀 스튜디오가 위치한 판교와 멀리 떨어져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엑스오 스튜디오의 LED 월과 팀 스튜디오의 LED 월의 시차가 나지 않도록 연결하는 통신 기술과, 대용량의 백그라운드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쟁력 있는 가격은 과제…자동 견적 프로그램 개발 중

지난 6월 오픈한 팀스튜디오는 현재 주당 2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향후 목표는 주당 3개의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팀스튜디오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과 같은 사전 제작 콘텐츠 외에도 실시간 기반 라이브 콘텐츠 송출 등 제작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속 넓혀갈 계획이다. SK텔레콤 혼합현실 전문 제작소인 ‘점프스튜디오’와 볼류메트릭(Volumetric) 기술과 LED월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기술 검토도 진행 중이다.

나아가 웹툰·웹소설·연예기획사와 같은 IP보유 기업을 비롯해 영화·드라마·광고제작사와 같은 콘텐츠 기업 등 다양한 업계와 컨소시엄 협력을 확대해 버추얼 스튜디오 생태계 확장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가운데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만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맞추는 것은 과제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각 스튜디오마다 서로 다른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이 콘텐츠에 따라 장비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공간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약하면서 비용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어셋, 배경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견적이 산출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라며 "고객과 스튜디오의 의견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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