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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왕’ 남궁훈 퇴장, 아쉬움 쏟아내는 카카오 직원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사퇴했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수일간 지속된 카카오 전 서비스 장애 책임을 진 것이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 19일 홍은택 대표와 함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 숙여 사죄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임과 반성의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고 재발방지소위원회 위원장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 임직원들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남궁 대표가 카카오 사내 커뮤니티 ‘카카오 아지트’에 사임의 변을 남기자, 일부 직원들은 “보내고 싶지 않다”는 글을 남겼다.

“저는 엔케이(남궁훈)가 다시 대표 자리로 돌아와 주면 좋겠습니다. 카카오 다니면서 처음으로 느낀 ‘우리 대표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면 정말 아쉬울 것 같아요.” 이는 남궁 대표 사임 글에 대한 카카오 임직원 댓글 중 하나다.

남궁 대표는 취임 전부터 ‘소통왕’으로 불렸다. 지난 1월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사건으로, 카카오는 내홍을 겪었다. 내부 임직원조차 실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카카오는 구원투수로 남궁 대표를 선임했고, 취임 전부터 격의 없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남궁 대표는 탈모와 노안 등 콤플렉스까지 임직원에 공개하고, 허심탄회하게 본인 이야기부터 카카오 미래 비전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궁 대표는 “카카오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선 임직원과의 한뜻 한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남궁 대표는 매일같이 카카오 아지트에 직접 글을 쓰고, 임직원 글에 댓글을 달았다. 구성원들도 남궁 대표에게 다양한 제안을 던지고 현업 고민을 털었다. 가끔은 남궁 대표에게 따끔한 질책을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 임직원들은 “한 번 믿어보자.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글로벌’을 제시했다. 더이상 내수시장에 머물지 말고, 해외시장으로 나아가야만 카카오에 달린 부정적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남궁 대표는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화마로 인해 사퇴를 하면서 직접 통솔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카카오는 남궁 대표 신사업 방안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까지 남궁 대표는 직원들과 소통했다. 대국민 사과를 한 날 남궁 대표는 재발방지소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글을 남겼다.

남궁 대표는 “15일 발생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된 위기상황 대처 미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카카오 대표 자리에서 사임하고 재발방지에 모든 역량을 쏟고자 한다”며 “화재 후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내에서 재발방지 소위원회를 맡아 우선순위, 인력배치, 예산 배정에 있어 재발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사임이 과연 책임지는 행동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중차대한 사건 이후에 아무런 인사적 조치가 없다는 것도 회사에 부담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남궁 대표는 책임을 지면서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대표직을 사임하고 재발방지위원회를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사랑하는 카카오가 악재를 거듭하며 더 없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카카오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하나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영광스러운 자리 함께해 감사하고 부족해서 죄송하다. 카카오 내에서 남은 소임 충실히 다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남궁 대표 사임으로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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