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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누가 강요했나?…‘이태원 참사’에 눈살 찌푸리게하는 온라인 게시물들 [디지털 & 라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지난 29일 밤 10시22분께 발생한 서울 용산 이태원 압사 참사로 155명의 사상자(11월1일 기준)가 발생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일주일간을 전국민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참사 이후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거센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추모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추모를 강요하지 말라”는 주장인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추모를 강요한 적은 없기때문이다.

또한 꽃다운 젊은이들이 많이 숨진 대규모 참사에 함께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요즘 세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한편 정부가 사망, 실종자에게 1인당 2000만원의 장례 및 위로금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는 네티즌들도 늘고 있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투표에서는 응답자 95.4%가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에 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특정 커뮤니티에서 표출되는 의견을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10. 30 추모하지 않습니다”… 블라인드 투표에선 95.5%가 ‘지원금 반대’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이용자는 “우리 학교 에타(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이라며 자신이 다니는 학교 에타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 웹자보를 공개했다.

추모 의미가 담긴 주황 리본을 뒤집어 놓고 ‘10.30 추모하지 않습니다’라는 도발적 문구를 적은 이 웹자보는 “(추모를) 강요하지 말라”며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추모 분위기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웹자보는 1250개가 넘는 포텐(추천)을 받으며 인기 글에 등극했다. 글 밑에는 9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강요하는 것도 문제지만, 강요하지 않았는데 먼저 저러는 것도 문제”, “(추모를) 강요받은 적이 있기나 하느냐” 등 웹자보 제작자를 비난하는 글이 주를 이뤘지만 “대자보에 공감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한 에펨코리아 이용자는 “추모하고, 안 하고는 자유인데 그걸 왜 남에게 강요하느냐”며 “자기 신념을 강요하지 말라. 그런 건 혼자만 생각하고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슬픔, 애도를 강요하다가 보니 반대 성향도 점점 세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정부가 이태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유족에게 장례비 등으로 1인당 2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투표 결과, 전체 참여자 351명의 95.5%에 달하는 335명은 ‘반대’에 투표했다.

투표 제안자는 “죽은 건 안타깝지만 어떤 강요도 없이 맘대로 놀러 나가서 죽은 걸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맞느냐”며 “이런 식이면 계곡 물놀이 갔다가 죽은 사람도 지원금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것도 아닌데 지원금 지급은 과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피로감’ 영향 분석도… “지금은 함께 눈물 흘리고, 기도할 때”

일부 네티즌은 추모 거부의 배경을 ‘세월호 참사’에서 찾기도 했다.

한 에펨코리아 이용자는 ”세월호 때 경험한 감정적 기류에 대한 피로감이 공격적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TV 예능은 물론 각종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느꼈던 피로감이 재현될 분위기가 감지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추모 거부’라는 극단적 형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추모 거부를 선언한 네티즌도, 지원금 지원을 반대하는 네티즌도 이태원 참사가 ‘안타까운 사고’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둘러싼 추모, 지원금 등 제반 사안은 별도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배우 손숙씨는 지난달 31일 한 매체의 특별 기고문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유족들을) 손잡아주고 함께 기도해주는 것밖에 없다”며 “자식 잃은 부모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 묵묵히 바라봐 주고, 들어달라. 그들이 울면 같이 울어 달라. 종교가 있든 없든, 지금은 기도할 때”라고 했다.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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