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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배차 강조하는 서울시…난감한 업계, 엇갈린 노조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서울시가 ‘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택시대란 원인 중 하나로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문제를 지목했으며,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도입한 심야 탄력호출제도를 통해 목적지 미표시 운행이 확대됐으며, 이를 의무화해 배차를 강제하는 것은 택시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입장이 갈린다. 모든 택시가 공평하게 목적지를 미표시 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목적지 미표시는 승차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연말연시 심야 승차난 종합대책’을 지난 8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택시호출 플랫폼과 연계해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택시기사 전용 호출 앱에 이용자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통해 택시기사 승차 거부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국토부 측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현재 승객이 플랫폼 중개택시를 앱으로 무료 호출하면, 목적지가 기사에게 표출되고 있다. 택시기사가 요금이 더 나오거나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승객 골라태우기가 가능한 구조”라며 “승차거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회사와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 플랫폼 업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택시 플랫폼 관계자는 “택시기사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 공급 부족이 일어난 상황 속에서, 골라태우기를 택시대란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맞지 않다”며 “이미 대부분 택시 플랫폼이 국토부 정책에 따라 심야탄력호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목적지 미표시 호출 영역을 확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부분 택시 플랫폼은 지난달 4일 국토부가 발표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 따라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승객을 태우는 심야 탄력호출요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또 다른 택시 플랫폼 관계자는 “법 개정까지 되면 강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만, 종사자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모든 호출건에 대해 목적지를 미표시하는 플랫폼은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플랫폼에게는 운영 상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 노조 경우 단체마다 입장을 달리한다. 택시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 속에서 목적지 미표시를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종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목적지 미표시가 핵심이 아니며, (심야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택시기사가 밤에 나와서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라며 “승차거부(골라 태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영업 제한을 한시적으로라도 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서울택시 경우 서울에서만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만일 서울 승객이 경기도에서 하차하면, 돌아오는 길에는 승객을 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 사이에서는 지역을 넘나드는 호출을 기피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간 영업을 일시적으로 허용해야한다는 것이 김 지부장 설명이다.

반대로 서울시와 입장을 함께하는 노조도 있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목적지를 표출하면 계속 그것이 골라태우기를 야기한다고 본다. 때문에 서울시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목적지 미표시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 연말연시 승차거부·골라태우기 행위를 집중단속하고, 다음달 1일부터는 불친절 요금 환불제를 시행한다. 불친절 요금 환불제는 이용자 불만 발생 때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및 법인택시 회사가 기사 확인을 거쳐 적정금액을 환불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병훈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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