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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끊긴 투자사 발길, 스타트업 혹한기…‘컴업2022’ 현장 분위기는?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창 투자가 활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급격히 악화된 시장 상황에 자금 조달이 생명인 스타트업계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투자 혹한기를 우려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스토어에 이어 밀리의서재까지 상장을 철회하는 등 정보기술(IT)업계 기업공개(IPO)가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2022’이 열렸다. 화두는 단연 ‘투자 한파’다. 컴업2022 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재욱 쏘카 대표는 ‘투자 혹한기’를 올해 업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박 대표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있기 때문에 높이 올라갔던 만큼 떨어지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 조달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상장사부터 프리 IPO, 시리즈C 투자를 받는 회사 순으로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만 80개 투자사 몰렸었는데…스타트업, “투자 한파 체감” 한 목소리=컴업2022에 부스를 낸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투심 위축으로 달라진 시장 상황에 대해 “(차이가) 하늘과 땅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행히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단계이긴 하나, 계획 대비 규모가 매우 줄었고 그것조차 어렵게 진행됐다”며 “이날 행사에서도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사 2곳과 매칭을 신청했는데 그쪽에서 거절해 미팅이 불발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스타트업은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2022’에선 이틀간 약 80군데 투자사로부터 연락처를 받았으나, 컴업2022 첫날 해당 기업 부스를 찾은 투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이날 행사에 이른 아침부터 많은 방문객이 모였으나 미팅이 성사된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부스를 둘러보며 투자 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투자자들 모습을 보기 드물었다.

그는 “방치된 부스가 즐비하지만, 이건 컴업 행사 문제라기보단 시기상 투자에 소극적인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위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초기 스타트업은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에 규모는 줄더라도 여전히 투자가 잘 이뤄지는 편이나, 업체 덩치가 커져 (투자 유치 수준이) 시리즈B 이상 되면 금액 자체가 커지게 된다”며 “아무래도 중기·후기 스타트업 입장에선 투자가 전보다 위축됐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 한파주의보, 중장기적인 대비 필요해”=컴업2022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시장 불황에 따른 위기 상황이 닥칠 가능성을 고려해 스타트업계가 선제 대응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 불안정성으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매우 신중해졌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투자가 많이 됐지만 최근엔 관련 지표가 확연히 꺾인 상태”라며 “시장 위축이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 전체에 해당하는 만큼, 향후 장기화했을 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계들이 이른바 ‘런웨이’(추가 투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를 최소 1~2년 이상으로 잡고 생존법을 모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날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은 이 겨울 어떤 투자전략을 갖고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는 CVC업계 관계자가 바라보는 최근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아직 완전한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유동성이나 고금리 영향으로 곧 진짜 투자 한파가 올 것”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투자 열기가) 워낙 뜨거웠다 보니, 이 업계가 유난히 다른 산업보다는 더 강한 타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겨울을 헤쳐 나가기 위해 조직 재정비를 권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오늘의 넷플릭스가 만들어지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고 인재 밀도를 높인 바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이건 장기 게임이라 계속 분산 투자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도 꾸준히 투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9년 시작돼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컴업은 한국의 우수한 창업 생태계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해외 투자자 및 스타트업 등 글로벌 창업 생태계와 교류하기 위해 마련된 장이다. 올해는 직방, 무신사, 더핑크퐁컴퍼니, Deel(딜) 등 국내외 유니콘 기업 부스를 비롯해 미국, 독일, 이탈리아, 베트남, 영국 등 19개국에서 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노용호 의원(국민의힘),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등 다양한 정재계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축사 영상을 통해 “이번 컴업 2022행사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핀란드 ‘슬러시’, 프랑스 ‘비바 테크놀로지’같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로 성장하도록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노용호 의원(국민의힘)은 “오늘 많이 배우러 왔다. 현장에 직접 와보니 국회에서 앉아 일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생동감이 느껴진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자유특구 고도화 등으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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