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문화예술’인데…“문화 안으로 더 들어가겠다”는 고민, 왜?

왕진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게임, 문화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
-문화예술로 뒷받침할 실질적 정책 중요…게임 주무부처·규제당국 관심도 높아야
사진=왕진화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게임이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안 통과로 인해 문학, 미술,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예술로 법적 인정을 받았다. 긍정적인 인식과 재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국내 게임업계 노력이 중요한 때지만,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게임을 문화예술로 봐야 하는 정책적 시선이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오프라인 행사에만 18만명이 몰린 ‘지스타(G-STAR)2022’ 현장에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게임을 핵심 문화예술로 성장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는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현장 토론회를 통해 게임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등 관련 법·제도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게임 정체성이 바뀐 만큼 확률형 아이템 등에서 비롯된 사행성 이슈를 덜어내야 하고, 등급분류 문제 또한 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게임은 문화예술로 법적인 인정은 받았지만, 아직도 게임이용등급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불거진 등급분류 이슈도 지속 중이지만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나서지 않고, 손 놓고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게임…실질적인 정책 지원 절실=게임은 최근 문화예술로서의 경계가 없어진 상황이다. 현재 인기 웹툰 ‘나혼자만레벨업’은 넷마블이 게임으로 만들고, 컴투스 자회사는 영화‧드라마 제작 참여에 적극적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는 게임 개발사 플린트와 손잡고 게임사업에 본격 진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24일 이메일을 통해 “늘 최선을 다해 게임이 좀 더 문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또한 넥슨이라는 회사가 이 사회에서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러한 대목은 지난 8일 넥슨 지스타 프리뷰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언급된 바 있다.

이 대표는 ‘게임이 더 문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발언을 다시 한 번 남긴 것이다. 이 대표 말에는 게임이 그동안 문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대내외적 어려움도 내포돼 있다. 비단 이 대표만의 고민이 아니란 뜻이다. 주요 게임사 경영진도 게임을 문화예술 테두리 안에서 대중들의 긍정적 인식을 고취시키자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간 게임산업은 지난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서 진흥 정책보다 규제 중심으로 다뤄져 왔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들어와 있지 못했던 한국 게임은 맞춤 지원도 따로 받지 못했고, 사행성 논란 속에 발전 속도도 더뎠다. 현재는 이 낡은 법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등 연관된 신산업 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 올해 심야시간대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을 뒀던 대표 규제법인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10년 만에 없어진 게 전부다.

게임과몰입을 질병이라고 보는 일각의 시선도 여전하다. 지난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관해 전국 교육청 17곳 중 3곳(강원·전남·제주)이 찬성했다. 다시 말해, 아직도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곳이 3곳이나 남은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 70%’라는 화두는 국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까지도 자주 꺼내는 대목이다. 지난 2020년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 14조원 중 9조원을 넘기며 70%에 달하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제공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제공
◆문화예술 안으로 들어온 게임, 대중에게 더욱 인정받으려면=문화예술진흥법이 1972년 제정된 이래로, 문화예술에 대한 정의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확대돼 왔다. 현행법 제정 당시에는 문화예술 범위가 문학, 미술, 음악, 연예, 출판 5개 항목에 불과했다. 이후 1987년 무용, 연극, 영화를 시작으로 1995년 응용미술, 국악, 사진, 건축, 어문이 추가됐고, 2013년 만화까지 확대됐다. 현재에 이르러 게임까지 문화예술 범주에 들어오게 됐다.

미국, 일본 등 게임 선진국이 발 빠르게 문화 예술 중심으로 영상과 미술까지 접목시켜 게임을 발전시켜왔던 것에 비하면 한국은 늦은 출발선에 섰다. 특히 ‘메타버스, 그 길을 묻다’ 세미나에선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외에서 각종 규제를 받는 일이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예를 들어, 사행성 규제는 사행행위 규제에 관한 법령에서 다룰 뿐, 국내에서처럼 게임산업법에서 사행성 규제를 다루지 않는다. 국내 게임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려면 규제가 아닌 육성과 진흥에 목적을 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게임업계가 대중들에게 문화예술로 더욱 인정받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지금으로선 확률형 아이템 등 과도한 과금 유도 시스템으로 생긴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업계 전반 노력이 중요한 때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계에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자율규제 강화 이후 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이용자 인지도가 53.1%라고 했다. PC 게임에 있어서는 54.7%가 자율규제 강화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즉, 10명 중 4명 이상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 시행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만족도가 높게 집계된 것은 큰 의미 없이, 이용자나 업계 모두에게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랜덤박스에서 뽑는 아이템 획득 확률 정보가 공개되지만, 게임업계가 낮은 확률과 공표 확률의 진실성 등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