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무정산 합의? 넷플릭스 “했다” vs. SKB “안했다” 도돌이표 공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 무정산 피어링 계약이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 명시적 합의가 없어도 그런 ‘사실’이 있다면 가능하다.”(넷플릭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SFI(무상상호접속약정서)를 보냈지만, SK브로드밴드는 서명하지 않았다. 피어링이 무상 관행이라는 걸 증명할 자료도 없다.”(SK브로드밴드)


2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의 7차 변론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조정민 SK브로드밴드 인프라 담당이 SK브로드밴드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넷플릭스 변호인은 구두변론에서 “SFI를 작성하든 안하든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원고는 전세계 7800여개 ISP와 무정산하고 있으며, SFI 없이 계약한 곳도 6800여개 이른다”며 “별도 계약서 작성을 안하는 게 통상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방(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사이 무정산 피어링 계약이 성립됐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명시적 합의가 있어도 계약이 성립하겠지만 그런 ‘사실’이 있어도 성립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도쿄 BBIX로 IXP(인터넷교환지점)를 변경할 때, 넷플릭스는 미국-일본 구간 비용을 부담하고 SK브로드밴드는 일본-한국 구간 비용을 부담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즉 도쿄 BBIX에서도 연결지점까지 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하는 무정산 피어링을 피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피고 주장처럼 무정산 관행이 없다면, 처음부터 돈을 받지 않았는데 망을 연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그러나 “피어링에서 무상 관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는 없다”면서 “무상에 관행이 있다고 한다면, 무상 합의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SFI를 보냈지만 SK브로드밴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또한 넷플릭스 측 증인이 ‘비즈니스 디벨롭먼트(Business development)’ 관계에 있을 경우에만 SFI 서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그런 안정적인 관계라면 무상 합의가 더 잘지켜질 텐데, 왜 그때는 계약을 체결하나”라고 반문했다.

SK브로드밴드 측 증인도 힘을 실었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인프라 담당은 “넷플릭스 증인은 자신이 보낸 2015년 9월9일자 이메일에서 SK브로드밴드가 SFI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아 ‘사실상의 합의(de facto agreement)’가 이뤄졌다고 했는데, 이런 용어나 내용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용어도 처음 들었고,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SIX’(미국 시애틀 IXP)에서 ‘BBIX’(일본 도쿄 IXP)로 피어링 지점을 변경하는 당시 상황에서 양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고, 미국-일본 구간 해저케이블 설치 비용 부담은 원고가, 일본-한국 구간은 피고가 하기로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정민 담당은 그러나 “정확히 말씀드리면 먼저 부담한 것일 뿐 추후에 망이용대가를 받을 때 그 부분을 포함해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은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망 이용대가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BBIX에서) 망 연결부터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공세했고, 조 담당은 “공통적인 고객품질 이슈가 컸기 때문에 그 이슈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 담당은 “과거에도 품질 이슈가 있을 때 저희 비용으로 먼저 망을 홍콩에서 증설한 이후 그 회사(CP)가 추후에 협상해서 망 대가 낸 경험이 있다”며 “공통의 고객품질 이슈를 해소하는 게 먼저지, 누가 먼저 부담하느냐가 큰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3월29일로 잡혔다. 재판부는 “무정산 합의에 관한 부분은 이것으로 심리를 마치고, 다음 기일에선 감정 방법에 대해 쌍방 의견을 내는 절차로 가겠다”고 고지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