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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실검’ 부활한다면?...‘갈등’ 막아낼 방법은 있을까 [디지털&라이프]

신제인
2021년 2월 25일부로 사라진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화면.
2021년 2월 25일부로 사라진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화면.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국내 포털 업계 1위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사라진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태원 참사’ 등 굵직한 이슈들이 실시간 검색어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실감하게 했다는 이유다. 이 두 소식과 관련한 기사에는 “실검이 있었다면 상황을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댓글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체크할 때 그만큼 빠르고 직관적인 게 없다. 요즘은 보통 TV는 안 봐도 휴대폰은 수시로 확인할 때가 많지 않냐”라며 실시간 검색어의 편리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 출근길, 실검 있었다면…“지각 면했을지도”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가 아니더라도 실시간 검색어가 실생활에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근길에 나서는 직장인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들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와 철도 파업 등이 잦아지는데 대비해 출근길 혼잡을 피하고자 ‘검색’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한 상황 판단으로 출근길 대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간 '전장연'과 '철도파업' 키워드에 대한 검색결과, 구글 트렌드 갈무리.
지난 7일간 '전장연'과 '철도파업' 키워드에 대한 검색결과, 구글 트렌드 갈무리.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분석해 본 결과, 실제로 최근 1주일 간 ‘전장연’과 ‘철도파업’에 대한 검색량은 출근 시간대인 아침 6~8시경 급상승했다.

특히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하고 지하철 파업까지 예고된 지난 28일 8시경,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대 직장인 전 모씨는 “습관적으로 지하철역으로 갔다가 지연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버스와 택시로 발길을 돌린 적이 많다”라며, “이제는 아침에 눈 뜨면 검색부터 하고 본다. 검색 결과를 최신순으로 정렬해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검색어 부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실시간 검색어가 부활하면) 적절한 검색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아무래도 편할 것 같다. 또 실검이 한번 뜨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만큼, 정보 교환도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여전히 높은 수요에도… 포털은 “굳이?”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 등 이미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폐지한 포털이 이를 부활시킬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실시간 검색어는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리스크가 큰 서비스였던 탓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2월 25일,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을 내세워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했다.

당시 네이버 측은 “인터넷 서비스의 가장 활발한 사용자층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춰 실시간 서비스를 종료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실제로는 각종 오해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포털이 언론의 범주에 드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여러 의견이 나뉘지만, ‘포털이 언론의 역할을 한다’는 데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 자연스레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해당 포털 기업의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발생한 '실검 여론전'의 모습. 네이버 갈무리.
지난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발생한 '실검 여론전'의 모습. 네이버 갈무리.
실제로 그동안 실시간 검색어는 상업적∙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실검 조작 방지법’ 등 여러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수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실검 시스템을 개편하기도 하고, 급기야 지난해 4월 총선의 선거운동 기간에는 서비스를 한시적 중단하기도 했다.

결국 ‘핵심 서비스’였던 실검을 완전히 폐지했지만, 결과적으로 트래픽이나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서비스 존속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네이버 실검 ‘대안’ 뭐가 있나

이 같은 이유로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실시간 검색어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그 대안들도 공유되고 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의 대체제’를 선언하며 등장한 ▲시그널랩의 ‘시그널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구글 ▲줌(ZOOM) 등에서도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9일 오전 11시 9분 기준 시그널 실시간 검색어. 시그널랩 갈무리.
29일 오전 11시 9분 기준 시그널 실시간 검색어. 시그널랩 갈무리.
다만 여기에도 네이버에 제기됐던 지적이 따른다. 실시간 검색어 운영에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네이버 실검이 사라진 몇가지 이유들을 언급했다. 그리고 실검 부활의 필요성도 충분히 납득이된다.

그러나 실검이 부활했을 경우, 그동안 제기됐던 과거의 문제점들이 앞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어떠한 확신도 여전히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미디어 소비자들도 주체성을 지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시간 검색어로 제공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본인에게 유용한 적절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하지만 개인들이 스스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기위해 분석 능력과 지식을 연마하는 것 역시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실검 부활' 문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뿐만 아니라 그 사회적 성숙도와 갈등의 치유 속도, 공감 능력의 업그레이드 문제로 귀결된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는 적지않은 시간이 요구되는 사회적 성숙도의 문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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