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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푼다더니 강화" 지적...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안에 쏟아진 ‘우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규제완화도 꽤 있지만 동시에 규제강화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29일 서울 강남구 S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권 교수는 “규제를 완화한 이후에는 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지만, 규제를 강화한 이후에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걱정해야 한다”며 “똑같은 내용이어도 규제강화에 있어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ICT 정책을 연구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날 토론회에서 ‘통신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민석 KISDI 실장은 “초창기 법체계가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통신시장 환경변화에 맞춰 법의 명칭·목적·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생겼다”며 “플랫폼 등 부가통신 영향력이 증가됨에 따라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정책 필요성이 제기됐고, 통신서비스 영향력 증대로 일시적 장애도 큰 피해를 초래하는 등 디지털 안전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개정안은 법률체계 개편을 핵심으로 한다. 우선, 법명은 통신서비스가 디지털 경제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경제‧사회 구현을 위한 통신 서비스 및 기반에 관한 법률’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서비스법, 디지털통신법, 통신법 등 다양한 약칭이 가능하다. 또한, 분류체계에 있어서는 ‘역무’ 등 일본식 표현을 지양하고, 통신환경 변화를 반영해 명칭을 변경한다. ‘전기통신역무’ ‘기간통신역무’ ‘부가통신역무’를 각각 ‘전기통신서비스’ ‘전송서비스’ ‘정보서비스’로 바꿀 방침이다.

골자는 ‘플랫폼 자율규제 지원’ 및 ‘신(新)통신산업 규제 완화’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내 플랫폼 업계의 혁신을 지원할 필요가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자율규제를 우선추진하고, 네트워크 규제는 다양한 차원에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음5G 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 신고의무 면제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 제조업 겸업승인 규제 폐지 ▲지자체의 공익목적 전송사업 허용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동시에 규제 강화 요소도 있다. 일례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현행 가이드라인상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안정성 확보 노력 의무 명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구체화하고, 그 이행실적 제출 요청 근거 마련 ▲매년 서비스 안정성 관련 조치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부가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규정하고 ▲국내 대리인의 업무범위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위한 자료제출 의무를 명시한다. 손해배상 관련 이용약관 신고절차도 강화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이용약관 신고 반려사유에 ‘정당한 사유 없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 등을 추가해 규정한다.

이와 같은 개정안에 대해, 토론회에 모인 학계와 연구계는 법률상 규제 강화보다는 자율규제 기조로 가야 함을 강조했다.

송시강 홍익대학교 교수는 “왜 굳이 플랫폼에 대해서만 자율규제를 하겠다는 건지, 전체적으로 자율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센터장은 “플랫폼 자율규제는 좋지만, 자율규제는 방법론이 중요하다”며 “잘 알려진 자율규제 중에 자율공시라고 하는 제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을 적용받게 될 사업자들은 갖가지 우려를 쏟아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통신사들은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을 ‘기간통신규제법’이라 생각한다”며 “개정안 역시 그 방향성이나 내용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안정적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추가로 부여하는 개정안은 현행법에 규율된 여러 조항들과 중복돼 있어 과잉규제에 해당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윤 실장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 도입은 세계적인 보편 추세이며,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라면서도 “포화된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는 규제가 아닌 진흥이 포함된 정책들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간통신사업자가 덩치가 커졌을 땐 아무 문제 없었는데, 부가통신사업자가 커지는 건 문제라고 보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만약 사업자들의 서비스가 취약해지면 거꾸로 그에 따른 의무 부과는 면제가 되는 것인지” 반문했다.

조 사무국장은 “손해배상 이용 약관 관련해서도 시장지배력사업자에 대한 정의가 조금 모호하고 규제도 불분명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건 마치 기간통신사업자에 관련된 (규제)들을 부가통신사업자도 자연스럽게 끼어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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