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대형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 상품 발주를 중단하며 양사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여러 차례 공급가를 올리면서도 발주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원하는 마진율을 맞추지 못하자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초 CJ제일제당 주요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 측에 햇반과 만두 등 1000여가지에 달하는 품목을 납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쿠팡이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상품은 기존 재고분이며, 이 물량이 소진되면 CJ제일제당 상품을 ‘로켓배송’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개인 판매자들이 쿠팡에 입점해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상품은 그대로 구매 가능하다.
쿠팡은 식품업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 상대로 ‘갑질’을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CJ제일제당이 인건비·제조단가 상승 등을 이유로 평균 공급가 15%를 올렸는데, 발주 약속물량을 지키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CJ제일제당 쿠팡 납품률은 50~60% 수준으로 파악된다.
쿠팡 측은 “연초부터 CJ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물량을 터무니없이 공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해왔다”며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재벌과 대기업이 장악했던 유통 시장에 많은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마진율 협상 과정에서 쿠팡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주장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쿠팡이 내년 마진율을 올해 대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면 CJ제일제당도 적자를 봐야한다는 의사를 전하니 갑자기 발주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또 쿠팡에 약속한 발주 물량을 납품하지 않은 건 ‘햇반’이 유일한데, 이는 올해 햇반 발주량이 급증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CJ제일제당은 “모든 유통 채널에 가격인상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데 쿠팡만 예외로 할 수 없다”며 “햇반은 다른 곳보다 묶음 상품 등이 잘 팔리는 쿠팡에 물량을 더 많이 배정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모두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놨다. 쿠팡의 경우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속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햇반·비비고 등을 빼버리면 불리해지고, CJ제일제당 역시 쿠팡 충성고객들이 대체품을 구매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유통채널 쿠팡과 제조업체 CJ제일제당 두 ‘공룡’이 가격결정권을 쥐기 위해 줄다리기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실적으로 보면 고물가 시대 속에서도 양사 모두 성장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올 1~3분기 매출과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22조5084억원, 1조4241억39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6.4%, 10.6% 늘었다. 쿠팡도 올해 매 분기 매출 6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3분기 흑자전환(영업이익 1037억원)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