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DD탐방] 트렌비서 구매한 명품 샤넬, 어떻게 정품 검수할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온라인 명품 시장 확대에 따라 트렌비는 지난 10월 한국정품감정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가품을 걸러내는 역량·전문성을 키우고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먼저는 새 상품보다 가품 비중이 높은 ‘중고 명품’에 집중했다. 내년 1분기부턴 트렌비에서 판매하는 새 상품까지 검수 과정을 거친다. 즉 앞으로 트렌비에서 구입한 모든 명품은 한국정품감정센터를 거치게 된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국정품감정센터를 방문했다. 건물 3개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 센터는 3층에선 물류 입·출고와 상품 검수, 사진 촬영을 하고 4~5층에선 재고를 관리한다. 센터는 약 1000평 크기로, 현재 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감정사가 30명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사진·촬영팀 10명, 물류팀 10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정품감정센터에서 중고 명품 검수는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는 트렌비가 중고 명품을 판매자에게 위탁받아 판매하는 방식과 개인간거래(C2C) 방식 두 유형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위탁상품은 판매자가 상품을 트렌비에 맡기기만 하면 이후 사진 촬영, 상세페이지 작성 등 모든 과정을 트렌비가 대행한다. C2C 방식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와 유사하지만, 중간에 정품 감정 과정을 거친 후 고객에게 배송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간에도 물류팀쪽엔 입고된 상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하루에도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몇 번씩 입출고가 이뤄진다. 입고처리 된 명품은 감정사들에게 넘어간다. 각 감정사들이 앉아있는 널찍한 테이블 한쪽엔 각 감정사들이 검수해야 할 명품 들이 상자 안에 배분돼있었다.

검수는 보통 1·2차에 나눠 중복으로 진행된다. 먼저 빠르게 상품을 검수하며 가품을 1차적으로 걸러내고, 그 다음 경력 있는 감정사들이 2차로 다시 한 번 진행한다. 온라인 명품 구매 인기로 감정사들은 하루에 적으면 200개, 많게는 300~400건 정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감정사 중 한명은 샤넬 미니 파우치 겸 지갑을 검수하고 있었다. PC와 연결된 현미경으로 파우치 앞 금속을 들여다봤다. 정가품을 판정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금속 부분에 새겨진 각인이다. 특히 샤넬 등 전통 브랜드들은 이들이 정해놓은 ‘시그니처 폰트’가 있는데, 가품에선 이 폰트들이 조금씩 상이하거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육안으론 잘 보이지 않던 각인 모습은 전자식 현미경을 갖다대니 PC 화면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각인은 물론 파우치에 대한 질감까지도 모니터 안에 표현되는 듯 했다. 감정사들이 감정을 할 때 장갑을 한쪽에만 끼고 반대손은 맨손인 이유도 이와 연관 있다. 맨손으로 상품을 만져보며 질감의 디테일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정품감정센터 소속 감정사는 “명품 감정을 할 때 확인하는 주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라며 “금속에 있는 각인과 상품 로고가 정가품 생김새가 다른 경우가 많고, 마지막으로 가죽 질감이나 패턴도 다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2C 중고 명품은 정품 검수 후 추가 과정 없이 바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위탁상품은 사진촬영 단계가 추가된다. 동일한 흰 배경에 리터칭을 거쳐 올라가, 트렌비 중고 명품 탭 페이지가 통일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사진들은 인공지능(AI) 검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이터로도 활용된다.
새 상품과 다르게 중고 상품은 같은 모델이라도 상품별 컨디션과 등급, 하자가 모두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사진은 전체적인 모습과 함께 스크래치나 흠집들에 중점을 두고 찍는다. 가령 가방은 밑바닥 까짐 현상이 많아 밑면과 모서리를 찍고, 가방 내부 모습도 필수로 포함시킨다. 상품 크기 비교와 스타일까지 확인하도록 마네킹에 상품 착용 사진도 함께 덧붙인다.

상품 상세페이지엔 상품 크기를 텍스트로 명확히 표기하고, 사진은 많게는 15~20장씩 담기도 한다. 보통 중고명품 판매자들은 하자나 스크래치를 가리고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으나, 트렌비 경우 오히려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감정센터에서 직접 검수와 촬영을 마친 상품은 사이트 내 ‘트렌비 검수 완료’ 태그가 붙는다.

한국감정센터 측은 “상품 카테고리마다 가이드가 있어서, 이에 따라 방향과 위치, 조명값, 세팅을 동일하게 촬영한다”며 “사진이 업로드 되면 위탁자에게 알림이 가고 그때부터 즉시 판매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촬영된 상품은 4~5층 재고센터에 보관 된다. 현재 1만개 가량 재고가 보관되고 있으며 2만개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중고 상품 특성상 동일한 상품을 대거 보유하고 있긴 힘들다. 이 때문에 상품별로 모아두기보단 각 상품을 모두 바코드로 관리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코드를 인식해 위치를 찾는 방식이다.

명품 보관 시 손상을 막기 위해 한국감정센터는 온도나 습도, 채광도 관리하고 있다. 의외로 채광으로 상품이 변색되는 경우가 많아 창문에 블라인드 설치 후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에어컨도 설치해 뒀다.

이종현 한국정품감정센터장은 “이곳에서 판정하는 정가품 정확도는 100%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감정센터로서 정가품 판정은 너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물량이 많다고 빨리 판정을 내리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논의하고 확신이 생길 때 상품 판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