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르포] TV·스마트폰에서 ‘공간’으로 진화…‘투명 OLED’ 의 놀라운 잠재력

백승은

- 이달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투명 OLED 전시 진행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디스플레이’라는 단어에 대부분은 TV나 전광판, 노트북,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상상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을 전환해 보자.

디스플레이가 평면에서 벗어나 공간을 구성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를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투명 디스플레이'가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20년 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아이언맨’, 최근 ‘아바타: 물의 길’까지 투명 디스플레이가 일상에서 쓰이는 모습이 나온다.

평소에는 벽면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투명 디스플레이를 작동하면 그 위로 자료가 나타나고, 자유롭게 조작하는 식이다.

이는 미래 시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LG디스플레이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구현에 나섰다.

'투명 OLED'는 말 그대로 투명도를 갖춘 디스플레이로, 공간과 디스플레이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와 창문, 박물관, 의류 매장, 카페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명 OLED' 시장이 앞으로 몇 년 내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대다. 3년 후인 2025년에는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달 2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투명한 미래展-투명 OLED가 바꿀 도시, 산업, 예술’ 전시회를 만나볼 수 있다. 22일 이곳을 방문해 봤다.

◆대중교통·회의실·매장에서 투명 OLED는 어떤 역할을 할까

전시회를 처음 들어서면 ‘트랜스포메이션 존’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이곳에는 투명 커브드 OLED를 활용한 티 콘솔(T-Console)과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모빌리티 존’에서는 지하철에서 어떻게 투명 OLED가 활용됐는지 예시를 보여 준다. 열차 출입문에 부착된 투명 OLED는 지하철 노선도와 운행 정보, 열차 내 혼잡도 등과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열차 창문 속 투명 OLED는 평소에는 주로 광고를 띄워 준다. 유명 관광지를 지나갈 때 열차 창문에 달린 관련 정보를 띄워 주는 관광 가이드 역할도 도맡는다. 이는 현실에 가상의 물체나 공간을 덧씌우는 증강현실(AR) 경험이기도 하다.

‘워크플레이스 존’에서는 업무 공간에서 유리 벽과 유리 파티션을 이용한 투명 OLED 솔루션을 선보인다. TV나 모니터를 들일 필요 없이 유리 벽 또는 유리 파티션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문화유적과 투명 OLED의 조화는 ‘컬쳐&엔터테인먼트 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창문처럼 생긴 ‘슬라이딩 T-도슨트’가 좌우로 움직이며 각 전시품에 맞는 정보를 보여준다.


발굴된 유물과 설명을 볼 수 있는 ‘매직 티 워크’도 있다. 유물 위로 투명 OLED를 덧씌워 유물이 복원됐을 때 모습을 함께 나타내 생동감을 더한다.


명품매장이나 카페에 도입된 투명 OLED는 ‘리테일 존’에서 확인 가능하다. 가방이나 구두가 전시된 외부 유리벽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계절에 맞춰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일 수도 있다. 내부에서는 전시된 제품의 착용 모습을 미리 확인하거나, 가격 등 제품 정보를 보여준다.


카페에서도 이와 비슷한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케이크를 보여주는 쇼케이스 외부에 케이크의 가격과 맛 설명이 등장한다. 내부 고객에게 신선함을 전해 주는 것은 덤이다.

◆2019년 세계 최초 투명 OLED 상용화… 공항, 자동차에도 도입한다

지난 2019년 LG디스플레이는 투명도 40%인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 김희연 전무는 “기존 디스플레이와는 다르게 투명 OLED는 어떤 공간에든 적용될 수 있기에 시장 잠재력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60%, 70% 투명도를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전무는 “TV나 모니터, 노트북처럼 단품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투명 OLED는 공간을 활용하는 식이기 때문에 특정 콘셉트에 따라 활용 방식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면서 “전시회에서 등장한 박물관, 가게뿐만 아니라 공항 등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고 지켜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투명 OLED를 자동차에 적용하는 방안도 눈여겨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솔루션 CX그룹장 여준호 상무는 “LG디스플레이는 TV에 특화된 화이트(W)-OLED 기술력은 탄탄하게 쌓아 뒀고, 빨강·초록·파랑(RGB)-OLED 역시 시장 진입이 가능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다만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W-OLED와 REB-OLED 두 가지 기술을 두고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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