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LG가 그리는 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손에 손잡고"

김도현
- 연이어 협력사 확보…재영텍·고려아연·새빗켐·라이사이클·화유코발트 등 대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장에 나선다.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다양한 협력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 쓰면 충전량이 줄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만큼 2025년 전후가 폐배터리 시장이 열리는 시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분야가 2020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0조원, 2040년 8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폐배터리 처리 방식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 등에 쓰는 재사용(Reuse)과 원료를 회수는 재활용(Recycling)으로 나뉜다. 재사용 제품도 최종적으로는 재활용이 된다.

배터리 및 소재 제조사에서는 재활용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 및 ESG 경영 차원이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원자재법(RMA) 대응에도 폐배터리가 주요 아이템으로 꼽힌다.

업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모색에 나선 가운데 LG그룹은 동맹을 늘려가면서 자체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21일 LG화학은 재영텍과 240억원 규모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3년 말 북미 지역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합작사(JV)를 설립할 예정이다. 전용 공장도 구축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재영텍은 2차전지 회사가 쓰고 남은 리튬 폐기물(스크랩)이나 다 쓴 전지에서 고순도의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력을 갖췄다.

특히 기성 업체와 달리 전지 소재에 열을 가해 리튬을 먼저 추출하고 망간·코발트·니켈은 후공정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공정이 단순하고, 망간·코발트·니켈의 순도는 기존 공법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고순도의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 리튬의 회수율도 8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6월 LG화학은 고려아연, 새빗켐 등과도 손을 잡았다. LG화학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가 설립한 JV 한국전구체주식회사는 2차전지 재활용 업체 새빗켐으로부터 2024년 하반기부터 10년간 폐배터리 등에서 회수된 원료를 조달하기로 했다.

새빗켐이 제공하는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으로 이뤄진 복합황산염수용액(NCM복합액)이다. 한국전구체주식회사는 NCM복합액을 가공해 양극재 원재료인 전구체를 만든다. 전구체와 리튬 등을 조합하면 양극재가 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새빗켐은 2024년부터 단계적인 증량을 통해 2026년에는 연간 6000톤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NCM복합액을 납품하게 된다. 이는 4만대 전기차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 새빗켐은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라인을 기존 대비 3배 증설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꼐 북미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라이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 확보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스크랩과 폐배터리 등을 제공하면 라이사이클이 원료를 추출하고 이를 LG화학이 양극재 제작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니켈 2만톤이 오가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 자체적으로도 재활용 부문 협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 7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JV’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JV에서 뽑아낸 니켈, 리튬 등을 화유코발트가 활용해 양극재를 만들면 이를 LG에너지솔루션 난징 공장으로 보내는 구도다. 참고로 화유코발트는 LG화학과 중국 우시, 한국 구미에서 양극재 JV를 세우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코프로씨엔지, 성일하이텍 등과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배터리 생산라인이 추가되는 만큼 스크랩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질 예정이어서 협력사 확보가 필수적인 영향이다.

LG화학 이상협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재영텍 투자 이후 “이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진출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며 “차별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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