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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돈줄 마른 배달대행, 1년간 신규투자 0원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음식 배달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분리형 배달 플랫폼(배달대행 플랫폼) 업계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신규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비용절감 등을 통해 투자 혹한기 ‘버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중 신규투자는 바로고가 지난해 1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500억원 투자유치를 받은 것이 마지막이다. 로지올(생각대로)나 만나플래닛 등 월 1000만콜 이상을 수행하는 대형 업체들은 2021년 이후 신규 투자유치를 받지 못했다.

7개 배달대행 플랫폼 연합체로 재탄생한 만나플래닛은 2021년 다날과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810억원을, 생각대로도 같은해 4월 모회사 인성데이터를 통해 신한금융으로부터 450억원을 투자 받았다. 메쉬코리아(부릉)은 2021년 7월 1500억원 규모 시리즈E 투자를 받은 이후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했다.

2021년은 배달업계가 코로나19 수혜를 받으며 급성장하던 시기다. 음식배달에 이어 라스트마일(배송단계 중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구간)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업계 전반에 퍼지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금이 몰렸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배달시장 안정화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달대행 플랫폼 상황은 급속도로 반전됐다. 대표적으로 메쉬코리아는 네이버·GS리테일·현대자동차 등 대형 기업들을 주주로 두고 있음에도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다. 바로고는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했다. 업계 전반 신규 채용 규모도 줄었다.

일각에선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투자 받기 어려운 이유가 몸값에 거품이 있어서라는 의견도 나온다. 메쉬코리아 가치는 한때 5000억원, 많게는 8000억원까지 평가 받았지만, 현재 1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는 아직까지 ‘생존’이 시급한 만큼 긴급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장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바로고가 그나마 최근 투자를 받았고, 생각대로는 모회사로부터 합병·분할 과정을 거치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영향이다. 다만 이들 역시 비용절감이 필수인 상황으로, 신사업 등에 대한 투자는 실상 멈춤 상태다.

사실 투자 혹한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건 후발주자 혹은 소규모 업체들이다. 콜 수를 늘리기 위해선 지역 사업자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그간 일부 업체는 지원금 명목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들을 모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시장 성장기에 현금 지원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곳들도 있는데, 투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가 없다”며 “요즘 같은 투자시장 분위기가 이어간다면 일부 사업자들은 정리가 되고 업계 재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투자유치 가능성이 어디든 열려 있는 상황에서 변수는 있다. 법정관리 중인 메쉬코리아는 HY(한국야쿠르트)가 매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로부터 투자유치 고배를 마신 만나코퍼레이션도 “무산이 아닌 유보”라는 설명이다. 어떤 기업이 투자를 받는지, 그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따라서도 업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투자를 해도 단기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신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라스트마일 서비스 전망은 여전히 좋다”며 “배달대행 플랫폼이 매물로 나올 때 여러 기업이 주목하는 건 적정한 기업가치일 경우 인수합병(M&A)해서 사업하고 싶은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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