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10월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플랫폼 기업 독과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맥락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경쟁법 입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행 공정거래법 한계를 인지하는 한편, 플랫폼 규모와 영향력에 따른 차등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플랫폼 독과점 완화를 위한 현실적 입법 방안 모색’ 정책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데 기존 공정거래법 규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정 박사는 “디지털 경제에선 플랫폼이 시장에서 구축한 힘을 통해 시장 실패를 일으키고 있다”며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만으로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경쟁 문제를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금지 규정은 남용행위가 발생한 이후에야 경쟁당국이 개입해 위법성을 시정하는 방식 규제이다 보니, 시장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복잡한 조사절차로 인해 신속한 시장개입이 어렵다는 점과 빠른 개입을 위한 시정조치 수단이 부재한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김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경우 최근 5년간 평균 사건처리기간이 직권인지 사건은 225일, 신고 사건은 352일이 걸렸다. 해외 경쟁당국에 비하면 한국이 대처가 빠른 편이긴 하나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특히, 김 박사는 소수 플랫폼에만 규제를 집중하는 대신 플랫폼 규모와 영향력에 따른 단계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션 플랫폼 시장점유율 1위인 무신사는 플랫폼 독과점 특별규제 대상 사업자로 포섭될 만한 규모는 아니다”라며 “온라인플랫폼법과 공정거래법상 시지남용 금지 규정, 플랫폼 독과점 특별규제가 각 영역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도 “디지털 시장 경제에서 공정거래법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사후적 규제와 개별 규제는 어쩔 수 없는 제재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각 플랫폼 규모에 맞는 차등적인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근본적인 문제인 시장 독과점에 대한 고민 자체가 부실해 플랫폼 관련 법안 움직임이 그동안 힘을 얻지 못했다는 견해도 나왔다. 유영국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경쟁당국이 그간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공정거래법이 플랫폼 규제에 있어 적절히 작동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냈는가를 생각하면, 다소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갑을관계를 중심으로 법을 만드는 한편, 다른 한쪽에선 독과점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전자상거래 부문은 전자상거래법 정보 이동에 집중하느라 정작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유영국 조사관은 “지난 3년간 플랫폼을 둘러싼 입법부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는 건 이런 국가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지체시켰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자율규제 경우, 플랫폼들에 올바른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 조사관은 “실무적으로 자율규제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사업자 입장에선 규제 완화 기조에 있는 자율규제는 마치 규제가 ‘0’인 무규제로 갈 수 있다거나, 경쟁당국 법 집행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당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사업자들이 제대로 반응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온라인플랫폼정책과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앞으로 현행법과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효과와 추가 제재 필요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설민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플랫폼정책과 과장은 “지난달 19일 각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TF를 발족했다”며 “국내 시장 상황과 플랫폼이 가진 장단점을 고려하면서도 공정거래법과 심사지침만으로 충분한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 규제 중심인 공정거래법을 바꾸려면 모든 입증 책임을 거쳐야 한다. 앞서 의견이 나온대로 현 규율 체계와 다른 제재를 두는 것이 맞는지도 이 조직을 통해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