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IRA 뚫어낸 中 배터리…美 굴욕, 韓 위협 [IT클로즈업]

김도현
- 포드 손잡은 CATL, SK온과 대조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가 우회적으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회피했다는 점에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미국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3사가 주도하는 삼원계 제품 대비 구식 기술로 치부됐으나 원가와 안정성 우위로 시장에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업체가 주로 활용하다가 테슬라를 필두로 글로벌 전기차 기업이 LFP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다. 이러한 흐름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도 LFP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앞서 포드는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총 35억달러(약 4조4000억원)가 투입되며 생산능력은 35기가와트시(GWh) 규모다. 이는 연간 40만대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양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세우려 했으나 주정부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CATL이 중국 기업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전에 CATL은 멕시코 등 북미 진출을 추진했으나 미중 갈등 여파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미시간주 공장의 경우 포드가 소유하고 운영권 100%를 갖는 방식으로 IRA 규제를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CATL은 생산 기술을 제공한다. 과거 값싼 노동력과 부지를 제공하던 중국이 콧대 높은 현지 완성차업체에 배터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미국에 굴욕적인 사건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는 “CATL은 독재 정당인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라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 지원책을 훼손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포드가 LFP 배터리 공장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백악관이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포드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과 주로 거래해왔다. SK온과는 합작사(JV) 블루오벌SK를 만들어 미국 내 공동 공장을 짓고 있다. 포드 입장에서는 한국 협력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저렴한 LFP 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해 CATL과의 동맹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JV(얼티엄셀즈)를 운영 중인 GM도 미국에 LFP 배터리 공장 마련을 고려 중이다. 최근 얼티엄셀즈 4공장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삼성SDI, 중국 업체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삼성SDI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위주로 확장하고 있어 새로운 생산기지가 LFP 배터리 라인으로 구성된다면 중국 업체가 꿰찰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포드 선례가 있는 만큼 GM도 유사한 방식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중국 배터리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비(非)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CATL은 22.3%로 전년대비 8.3%포인트 성장했다.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35.1%에서 29.7%로 뒷걸음질한 것과 대비된다. 이 기간 중국 시장을 포함한 CATL 점유율은 37.0%로 압도적인 선두를 지켰다.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은 BYD에 추격을 허용했다.

현시점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2, 제3의 ‘포드-CATL 사례가 나온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 외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한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유럽, 북미 등 진출이 활발해지면 한국 업체들의 이점이 퇴색되는 리스크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다. 이 차량에는 SK온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탑재된다. 배터리 품질 문제가 거론되면서 SK온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F-150 라이트닝 출고 대기장에서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앞서 포드와 튀르키예 협업 차질을 겪은 SK온으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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