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 파운드리 일냈다…애물단지 '5나노'의 반전 [IT클로즈업]

김도현
- 올해 최고급 5나노 공정 도입…4나노 고도화도 진행
- 2027년까지 고객 750여곳 확장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논란을 딛고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린 4~5나노미터(nm) 공정에서 성과를 낸 덕분이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미국 암바렐라의 자율주행차 반도체를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최신 시스템온칩(SoC) ‘CV3-AD685’다.

암바렐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업체다. 모빌아이, 퀄컴, 엔비디아와 함께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4대 자율주행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초 열린 ‘CES2023’에서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 코디악 로보틱스와 AI 협력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CV3-AD685에는 암바렐라의 차세대 AI 엔진이 장착된다. 카메라와 레이다를 통해 입력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 및 제어하는 등 자율주행차 두뇌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첨단 5nm 공정 활용 등으로 CV3-AD685의 AI 성능이 전작 대비 20배 이상 향상됐다.
여기서 언급된 첨단 5nm 공정은 삼성전자가 올해 상용화하려던 ‘SF5A’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파운드리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노드 네이밍을 새롭게 정한 바 있다. SF는 삼성파운드리, 5A는 5nm 어드밴스드를 나타낸다. 2020년 SF5E(얼리), 2021년 SF5 등을 개선한 버전이다.

이번 건은 단순 계약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후발주자지만 7nm에 극자외선(EUV)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선제적 움직임으로 첨단 공정 경쟁에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5nm 진입 이후 수율, 안정성 등에서 TSMC와 격차가 벌어졌고 4nm 들어서는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을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3nm 상용화라는 열매를 맺고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삼성전자는 4~5nm 기술력 향상 및 최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하반기에 빛을 발했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수율이 상당 부분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정기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은 “4nm 초기 수율이 시장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빠르게 개선됐고 지금은 문제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이전 세대 수율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수율 이슈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왔다. 토종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 딥엑스 등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5nm 기반 AI 반도체 생산에 돌입했고 올해부터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퓨리오사AI는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 5nm 공정으로 차세대 AI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독일 비딘티스와 자율주행 SoC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삼성전자 5nm 라인에서 칩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분위기가 암바렐라 수주로 이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4nm 포트폴리오도 확장 중이다. 4nm의 경우 기존 2개에서 5개로 공정 라인업을 늘렸다. SF4E, SF4에 SF4P, SF4X, SF4A 등이 추가된 것으로 2023~2025년 동안 매년 1개씩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중 SF4X는 고성능컴퓨팅(HPC) 제품을 겨냥한 공정이다.

삼성전자 관계는 “최신 4nm 공정도 오토모티브, HPC 등으로 확대하면서 파운드리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차 분야 신규 고객을 지속 늘려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 모바일 외 제품군 매출 비중을 50%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00여개 고객사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2019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앞서 삼성전자는 고객 수를 2027년까지 2019년 대비 5배로 증대하기로 했다. 이대로면 2027년 750개 내외 회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을 통해 반도체를 찍어내게 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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