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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양자암호통신장비 인증제도' 구축, 의미는?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가·공공기관 내 양자암호통신장비를 구축하기 위한 기준이 세계 최초로 마련됐다. 장비 인증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국가·공공기관에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정부 주도 테스트배드 구축…장비 보안 인증기준 미비 '장벽'

27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따르면 오는 4월3일부터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국가·공공기관 도입을 위한 보안기능 검증제도를 시행한다.

정부는 양자통신을 비롯한 양자센서와 양자컴퓨팅 등 양자정보기술을 미래 시대를 선도할 국가 필수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산업과 연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컨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자중력센서 실증을 추진해 정밀 지하자원탐색·구조물 진단 등 상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가 국가지정 양자인터넷연구소로서 양자기기간 정보전달을 위한 양자인터넷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0년부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하 ‘NIA’)와 함께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국내 양자암호통신 상용화를 추진했다. 2020년 9월 약 150억원, 2021년 5월 약 140억원, 2022년 약 70억원을 투입해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33개 공공·민간 분야 적용사례를 도출했다.

이처럼 국가 주도의 테스트배드 구축 노력에도 불구,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는 더뎠다. 장비에 대한 보안인증 제도가 미비해 납품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업계 관계자는 “국가·공공기관의 특성상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장비 만을 납품받으려 하는 가운데, 양자암호통신장비의 경우 인증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시장 창출에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 세계 최초 QKD 인증제도…글로벌 시장 선도 기대

국정원은 이러한 업계의 고충에 공감해, 2020년부터 관련 전문가들과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양자암호통신장비의 보안기능 및 운용환경을 분석해 보안요구사항을 도출하고 관련 절차를 수립했다.

이번에 국정원이 공개한 보안기능 검증제도는 암호키분배장비(QKD) 에 대한 것이다. QKD는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제도는 양자암호통신장비를 ▲양자키분배장비(QKD) ▲양자키관리장비(QKMS) ▲양자통신암호화장비(QENC) 등 3종으로 분류하고 총 152개 보안기준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의 함의는 양자암호통신장비에 대한 보안기능 검증 기준이 세계 최초로 마련됐다는 데 있다.

현재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선두주자는 중국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양자암호통신 사업과 관련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3년부터 양자암호통신 투자해온 중국은 2016년 8월 양자통신 위성 ‘묵자’(Micius)를 발사, 이듬해 세계 최초로 1200km 거리의 위성과 지상기지 간 양자통신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30년까지 중국은 글로벌 광역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직까진 금융업계와 블록체인 업계 등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일부 사업군에서만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격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제도 마련으로 국가기밀을 다루는 국가기관과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공공기관 등에서 관련 시장이 본격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확보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선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제품의 국내외 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도 지원할 예정"이라며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통신장비 검증 절차 마련을 계기로 안전성이 입증된 양자암호통신장비가 국가·공공기관에 확산돼 국가 주요 네트워크의 안전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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