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아이폰 쓰는 정용진도 ‘반쪽짜리’ 애플페이, 신세계그룹 “검토 중”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가운데 유통업체별 대응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애플페이는 아이폰과 특정 현대카드를 보유한 일부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데, 선제적으로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있는 반면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곳도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내 애플페이 출시된 후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일부 백화점과 마트에선 바로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 편의점 이마트24를 제외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등에선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하다.

국내 온·오프라인 거대 유통망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이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는 한 애플페이는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이는 오래전부터 ‘아이폰 유저’였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현대카드가 이마트·스타벅스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단 정태영 부회장이 애플페이 도입을 두고 “한국 페이먼트 시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음에도 불구 신세계그룹은 사업적 측면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애플페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투자 대비 이용하는 사용자가 아직 제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페이 서비스가 이용가능 하려면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위한 새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130개 점포 이마트와 1700여개 스타벅스 매장, 백화점 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PDA POS 결제 시스템까지 전부 교체해야 한다.

애플페이가 삼성페이처럼 아직 범용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신세계그룹이 자발적으로 애플을 지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등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외 삼성페이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신세계그룹에서 편의점 이마트24가 유일하게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편의점이 워낙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인 만큼, 고객과 가맹점에 결제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이 백화점·마트에 비해 뒤늦게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만큼 결제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미 NFC 단말기를 구축,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동글’을 설치하는데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24 측은 “6000여개 이상 가맹점 위주로 구성돼있고 경쟁업체들도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다 보니 고객과 가맹점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물론 신세계그룹도 장기적으론 애플페이를 도입할 가능성은 높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가 사용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애플페이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신세계그룹이 도입 시기를 결정짓는 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애플페이 출시 하루 만에 카드 등록 수는 100만건을 넘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애플페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업체들은 단순 애플페이가 목적이 아닌 고도화된 NFC 결제 시스템 방식을 빠르게 도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차적으론 빠른 애플페이 도입은 젊은층 사용자 유입을 위한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연령대에 속한 이들 아이폰 사용률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쇼핑 편의 향상을 위한 의도도 담긴 셈이다. 편의점과 배달업계 등이 빠르게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를 위해 NFC 단말기를 도입했다기 보단 이전부터 NFC 결제가 가능하도록 최신 사양을 도입해왔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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