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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KT 주총…“낙하산 반대” 고성 오간 현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31일 KT는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대표 공백 속 박종욱 직무대행 주도로 치러진 이번 주총에는 회사 노조원들의 거친 성토와 함께 소액 주주들의 우려가 빗발쳤다.

◆ 아침부터 어수선한 주주들

이날 오전 9시 KT 주주총회가 시작하기 전, 이미 KT연구개발센터 앞에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경영은 엉망진창 연봉은 수십억원, 비리 연구 경영진 퇴진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항의했다. 다수 노조인 KT노조나 소수 노조인 KT새노조 측은 이날 별도의 현수막 시위를 진행하진 않았다.

한편에서는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었다. 이날 주총 입장 시간인 8시 이전까지 40~50명의 주주들이 줄을 섰다. 입구에서는 진행 요원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었고,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지정 좌석제로 무작위 자리표가 배부됐다. 메인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은 별도의 중계 공간에 가야 했다.

◆ 고성 오갔던 주총장

KT 주총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KT는 구현모 대표 사퇴 및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퇴로 인해 정관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본부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상황이다. 이날 주총 의장도 박 직무대행이 대신했다. 그러나 박 직무대행이 의장 인사를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고성이 오갔다.

강성노조 소속으로 추정되는 노조원들은 “(박종욱 직무대행이) 물러나는 게 정상 경영의 길이다” “의장도 공범이 아니냐” “감사는 그동안 뭐한 거냐”며 소리쳤고, 박 직무대행은 의장 인사말을 먼저 올리고 의견을 듣겠다며 양해를 구해야 했다. 장내에 여러번 큰소리가 울려퍼졌지만 KT는 아랑곳 하지 않고 주총을 강행했다.

발언권을 얻은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은 “박종욱 대표가 얘기한 게 다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며 “완전 민영화가 된 사기업에 지금 정치권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행태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빠른 정상화 위해 낙하산 반대 특별 결의를 제안한다”며 박수를 유도했지만 호응받지 못했다.

◆ 소액주주 목소리 눈길

KT에 대한 정치권 개입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의 운영자인 한 주주는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KB국민은행 같은 타사 모범 사례를 확인해서 정관을 변경해달라”며 “민영화된 기업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이 일어나는 것에 주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의결했는데, 이와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 바뀐 정관은 ‘회사는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보유 목적과 소각 및 처분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회사는 타 회사 주식을 상호 보유 주식 형태로 취득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 소속의 한 주주는 “이 정관이 변경되면 1년에 한번 정도 자사주와 관련해 주총에서 모든 주주들과 경영진 및 이사회가 투명하게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동의를 한번 구하면 훨씬 사업에서 동력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KT가 가장 최고의 주주친화적 정책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 4개 안건 원안 승인

KT는 이번 주총에서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4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주총에 앞서 재선임 대상이었던 사외이사 후보 3인(강충구 고려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이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다만 이들 3인은 상법에 의거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시까지 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주총은 시작한 지 약 40여분만인 9시44분에 종료됐다. 하지만 강성노조원들이 주총장 입구에 남아 목소리를 높여 어수선한 소란이 계속됐다. 이들은 직무 대행의 적격성과 감사의 부실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주총장 밖에서도 피켓 시위를 계속했고, 일부 주주들과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KT주주모임’ 카페 운영자는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 주가가 떨어지는 것 보다도 지금 챗GPT 등 경쟁사들이 치고 나가는데 이걸 쫓아가서 역전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돼도 시원찮은 판에 이런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주주 입장에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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