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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였다면 '진상' 막을 수 있었을까…젊은 공무원의 안타까운 극단 선택 [e라이프]

오현지

서울 노량진 컵밥 거리 <사진> '땅집고' 유튜브 영상 중 캡쳐

[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해왔던 3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지난 4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급여는 많지 않지만 ‘철밥통’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공무원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자살을 할 정도로 힘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새삼스러운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SNS(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는 '공무원의 현실'이라는 영상 콘텐츠들이 적지않게 올라와 있다.

그 중에선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던 노량진 일대의 컵밥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사진이 압권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로부터 공무원이 급격히 외면받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A씨의 경우,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자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유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타살 정황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발령을 받고 수습 기간을 마친 A씨는 정식 공무원으로 임명받았지만 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공무원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자살 위험에 높게 노출돼 있다는 점은 한번쯤 깊게 들여다봐야할 지점이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구청 공무원이,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공무원 B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지난해 말에는 경남 산청군청의 20대 공무원이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현실적으로 연봉이 높지 않은데다 악성 민원인을 상대해야하고, 또한 상명하복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 또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도 퇴사한 공무원의 수는 2995명에 달한다. 지난 2017년에 비해 57% 늘어난 것으로 3~4년 재직자 중 30.7%, 1년 미만 재직자 중 26.5%가 퇴사했다는 점에서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퇴사자가 늘고 신규 지원자는 줄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의하면 2022년 9급 공채 필기시험 경쟁률은 29.2대 1이었다. 2011년 93대 1보다 무려 69%나 하락한 수치다.

공무원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이 먼저 꼽힌다. 인사혁신처와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공개한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6.1% 올랐지만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1.4%에 불과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을 보면 올해 9급 1호봉 임금은 최저임금 201만원보다 23만원이 적은 금액인 177만원에 그친다.

물론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임금(보수)의 인상만 해당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없이 갑질을 하는 악성 민원인, 소위 '진상'들로 부터 일선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크게 보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선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이후, 챗봇 등 디지털 업무 환경을 도입해 민원인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줄이고, 비대면 환경을 많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AI(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몇몇 업무들은 민원인을 대신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비대면 플랫폼은 애초부터 공무원의 업무 편의를 위한 보조 수단일뿐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안전한 방어 수단은 아니다.

결국 악성 민원인에 대한 강력한 민형사상 제재를 기존보다 대폭 강화하는 등 징벌적 수단까지 정부가 함께 동원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종복(從僕)이 아니다.
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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