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의 반도체 잡는다"…신성이엔지, 드라이룸 사업 '착착'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 김태형 신성이엔지 상무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클린룸 경험이 있었기에 드라이룸 부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국내 최고의 공조 기술을 보유한 만큼 드라이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7일 김태형 신성이엔지 클린환경 사업부문 공조환경기술실장(상무)은 <디지털데일리>와 경기 판교사업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성이엔지의 주력 사업은 클린룸이다. 클린룸은 먼지 등 외부 이물질(파티클) 유입을 막고 온도, 습도, 압력 등을 미세 제어하는 공간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 등에 설치된다. 신성이엔지는 클린룸 설치는 물론 안에서 쓰이는 팬필터유닛(FFU) 등 공기 청정 설비를 생산 및 판매한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전방산업 부진으로 침체하면서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배터리 공장에 마련되는 드라이룸은 신성이엔지에 단비였다.

배터리는 생산 시 전극 등 주요 소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저습도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드라이룸은 미세한 습도 조절이 가능한 공간이다. 신성이엔지는 삼성SDI 등 고객 요청으로 드라이룸 사업에 뛰어들어 3~4년 전부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 상무는 “드라이룸은 온·습도, 청정도 및 양압 관리 등 클린룸 기술력을 활용해 만들게 됐다. 가장 다른 점은 클린룸이 파티클 제거, 드라이룸은 제습이 핵심 역할이라는 부분”이라며 “(드라이룸의 경우) 습도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온도는 약 23도로 클린룸과 유사하나 상대습도(RH)는 클린룸 45%, 드라이룸 0.46%로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가 연이어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빠른 상승세에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다. 이에 따라 신성이엔지 드라이룸 수주 물량은 급격하게 늘었다.

김 상무는 “지난 4~5년 전부터 해외에서 드라이룸 매출이 증가세다. 특히 작년은 (해외 매출이) 50%나 커졌다”면서 “회사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 9개국 10개 법인을 설립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올해 고객 투자 행보에 맞춰 신규 해외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5월 미국 애틀랜타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해 지난해 206억원을 들여 충북 증평에 신규공장을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예정으로 이곳에서 드라이룸용 고효율 제습기, 반도체용 산업용 외조기(OAC), 공기조화기(AHU) 등이 만들어진다.

신성이엔지의 드라이룸 경쟁력은 ‘드라이부스’에서 나온다. 드라이부스는 세밀한 습도 관리가 필요한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부스 형태로 시공한 것이다. 쉽게 말해 드라이룸 안에 좀 더 강화된 드라이룸을 설치한 셈이다. 이렇게 하면 일부 공정에만 필요한 조건을 전체가 아닌 특정 단계에서만 부여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 등에 유리하다.

김 상무는 “드라이부스는 클린룸의 ME(Mini Environment)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회수형 제습기도 설치해 드라이룸 내 발생하는 VOC를 별도 제거 장치 없이도 가능케 했다”며 “해당 장비는 기존 제습기 대비 에너지 30%, 대기환경설비 투자비 70%를 낮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ME는 환경제어 및 감시, 통제가 가능한 종합 시스템을 의미하며 클린룸 내 또 다른 공간이다.


지난해 2021년에는 ‘믹싱챔버’와 ‘NMP(N-Methyl-2-Pyrrolidone)회수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믹싱챔버는 제조 환경 습도 조절에 용이해 최적의 생산 조건을 맞출 수 있다. NMP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코팅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용재다.

다만 높은 가격과 환경 규제에 포함되는 물질인 게 걸림돌이다. 기존에는 NMP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습식 회수 장비를 사용했으나 신성이엔지는 건식으로 회수해 재활용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신성이엔지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라인에 도입될 드라이룸도 준비 중이다. 전고체전지에 알맞은 노점 온도(이슬점) 영하 70도를 맞추기 위해 기존 영하 40도에서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드라이룸은 배터리 외에도 식품건조, 선박도장건조, 의약품, 빙상장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신성이엔지는 점차 응용처를 넓혀갈 방침이다.

김 상무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제조를 위한 양·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동박 등 소재 관련 투자도 확장되고 있다. 배터리 업체는 물론 소재사와 협업도 지속 증대될 것”이라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는 현지 법인을 통해 드라이룸 설계부터 제조, 시공까지 수행하면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성이엔지는 드라이룸 효과로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매출 6641억원, 영업이익 210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대비 46%와 781% 올랐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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