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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품 안긴 위메프·티몬, ‘셀러 확보’로 성장동력 얻을까

이안나
- 큐텐 인수된 위메프·티몬,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 ‘셀러 확보’가 이커머스 경쟁력…해외 직구·역직구 활용 전망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10년 경업(競業)금지 조항 기간을 끝낸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과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경영권을 차례로 가져가면서다. 과거 ‘지마켓 신화’를 만든 구 대표 체제하에 정체기를 걷던 위메프·티몬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5일 위메프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 지분 전량을 큐텐이 인수하고,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을 갖는 계약이다. 위메프 새 대표엔 큐텐 김효종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앞서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인터파크 커머스도 인수한 바 있다. 각각 지분교환과 주식매수 등 인수 방식은 다르지만 1년이 채 안 되는 사이 큐텐은 이커머스 플랫폼 3개사를 모두 가져가며 국내 ‘업계 4위’로 올랐다. 업계에선 단순 플랫폼 점유율을 합산한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영배 큐텐 대표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위메프·티몬 등을 통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합작법인 큐텐을 만들면서 최대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 경업금지 기간이 끝나자 국내 플랫폼 인수를 시작, 일사천리로 첫번째 단계를 마무리했다.

큐텐에 인수된 티몬과 위메프에겐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공교롭게 양사는 큐텐과 같은 시기인 2010년 설립됐는데, 이후 네이버·쿠팡 등 막강한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양사는 창사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 지난해 역시 적자 규모가 전년대비 확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더홀딩스 허민 대표는 그간 위메프 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티몬은 최대주주는 얼마 전까지 사모펀드였던 데다 지난 3년간 대표이사가 수시로 바뀌기도 했다. 이에 위메프와 티몬은 주기적으로 인수합병(M&A)설이 돌기도 했는데, 새 주인 큐텐을 만나면서 이런 경영 불안정성이 해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은 영업 중심적인 조직이고 구영배 대표는 경영에 꽤 많이 관여하는 편으로 알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각 플랫폼 대표들은 부문장,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가 돼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큐텐 구영배 대표
큐텐 구영배 대표
새롭게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던 위메프와 티몬 입장에선 큐텐을 통해 성장동력을 얻는 기회를 갖게 됐다. 네이버·쿠팡처럼 셀러 유치 확보를 위해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선 실력 있는 ‘셀러 확보’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셀러유치 확보를 위해 각종 혜택을 내세우는 이유다.

가령 시장을 주도하는 네이버와 쿠팡의 경우 각각 빠른 정산·낮은 판매수수료, 로켓배송 등으로 셀러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명확했다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제시할 수 있는 요인들이 적었다. 물론 위메프가 업계 최저 수준인 판매 수수료 2.9%를 강조했지만 최근 제반 비용 상승으로 1%p 올리며 의미가 희석됐다.

큐텐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한 직구·역직구 사업을 강화한다면 국내와 해외 신규 셀러들을 유입할 수 있는 요인이 생긴다. 큐텐은 아시아 통합 시장을 목표로 성장 중이다. 큐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총 11개 언어로 24개국에 제품 판매·배송을 제공한다. 풀필먼트 서비스 큐익프레스를 통해서도 기존 2~3일 걸리던 배송일을 당일 또는 익일로 줄였다.

큐텐이 이미 해외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즉 해외수출에 관심 갖는 국내 셀러들 입장에선 큐텐 산하에 있는 위메프·티몬 입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티몬은 큐익스프레스 이용 셀러들을 위해 ‘Qx프라임’ 전용관을 설치했다. Qx프라임을 이용하면 국내 셀러들은 국내 배송 뿐 아니라 해외 배송도 가능하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큐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제품이 중국발 온라인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던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위메프·티몬을 통해 국내 셀러들을 모은 큐텐도 여러 국가에 한국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이럴 경우 큐텐은 한국 상품을 갖고 대만에서 쿠팡과도 경쟁하게 된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대만에서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하고 대만 소비자들에게 한국 판매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 직구·역직구 시장은 아직까지 시장 우위를 점한 업체가 없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큐텐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업계 판도를 바꿀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는 구영배 대표 역량에 달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 입장에선 티몬 위메프에 경쟁력 있는 한국 셀러를 큐텐 이용고객과 연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국내 플랫폼사들 입장에선 직구·역직구 시장이 현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서 유일하게 남은 성장 가능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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