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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상임위원 임명…방통위 시계 ‘멈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차기 상임위원 인선이 늦어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통위 안팎에선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있지만, 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맞물려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기미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현재 한상혁 위원장과 김현·김효재 위원 등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원래 총 5인이지만, 최근 임기가 만료된 2명의 후임을 정하지 못해 최소 정족수 3인만 겨우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총 5인의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은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상임위원은 ▲대통령 지명 한상혁(위원장)·김창룡 ▲민주당 추천 김현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부위원장)·김효재 등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이 야당일 당시 추천했던 안형환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됐고, 대통령이 지명했던 김창룡 위원도 지난 5일자로 임기를 마쳤다.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가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나 최민희 전 의원의 방통위원 임명안을 재가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김창룡 위원 후임 인사도 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국회는 상임위원을 추천할 수 있을 뿐 실제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방통위 인선이 늦어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국회 추천 몫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는 데다, 애초에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한 자리인 만큼 이번에도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힘은 본회의 당시에도 집단 퇴장했다.

대통령실은 최 전 의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이 최 전 의원 추천안을 가결시킨지 약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방통위 안팎에선 여당과 대통령실의 이 같은 행보가 차기 위원장 임명 전까지 여당에 유리한 상임위원 구성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방통위 구성은 여야 1대2 상황인데, 대통령이 후임 2인을 모두 임명할 경우에도 2대3으로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상혁 위원장 다음으로 대통령이 차기 위원장을 임명할 경우 여야 구도는 3대2로 역전이 된다.

한 위원장의 법정 임기는 올 7월까지지만, 상황에 따라 조기 퇴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현재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대로 검찰 기소가 이뤄질 경우 대통령 직권으로 해임까지 가능하다.

민주당은 여당과 대통령실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방통위의 업무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인선을 계속 미룰수록 스스로 정부 기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최근 상임위원 간담회 등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방통위는 매주 월요일 위원장 등 5인의 상임위원 간담회를 거쳐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데, 요즘에는 둘 다 열리지 않고 있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사실상의 개점 휴업 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방통위원 인선을 둘러싼 여야 대치와 대통령실의 고심이 길어질수록 방통위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 방통위 의결이나 정책 기능이 약화될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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