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동맹' 위기 속 손잡은 韓-넷플릭스…전방산업 강화는 '과제'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 투자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는 호재다. 하지만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주요 콘텐츠 제작기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에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대표는 앞으로 4년 동안 국내 콘텐츠 산업에 향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K콘텐츠에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7700억원을, 2021년에는 한해에만 5500억원을 쏟아부었다.
K-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경으로는 ‘가성비’가 지목된다. 미국 등의 시장과 비교해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성과는 그 이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 작품인 ‘힘의 반지(The ring of power)’를 편당 800억원 비용을 들여 제작했다. HBO도 아마존 프라임의 대응해 편당 280억원을 들인 ‘왕좌의 게임’의 프리퀼 작품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공개했다.
반면 2022년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전체 제작비가 16부작 기준 220억에 불과했다. 편당 제작비가 여타 글로벌 플랫폼의 콘텐츠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콘텐츠가 창출하는 성과는 그 이상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게임’가 제작비(약 253억원)의 39배에 이르는 9억달러(한화로 약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업계에도 넷플릭스의 투자 소식은 호재다.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콘텐츠 투자비가 크게 꺾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콘텐츠 지출이 올해는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국내외 OTT들의 경우 적자폭이 모두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 만이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는 최근 진행된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3조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모든 사업자가 그렇게 할 순 없다. 비용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번 넷플릭스의 투자에 대해 “제작단가는 높아지고 플랫폼의 적자폭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작비를 줄이지 않고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 자체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흥행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이 보장된데다 가성비까지 좋은 K-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글로벌 플랫폼의 제작기반 독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해외 국가들의 콘텐츠 경쟁력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의 투자기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내수시장이 작다보니 전방산업이 취약하고 후방산업이 굉장히 강한 상황”이라며 “이 경우 전체적인 산업 성장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취약한 전방산업을 넷플릭스가 보완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장기적으론 전후방 산업 간의 연계를 탄탄히 해야 시장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국빈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블레어 하우스에서 서랜도스 대표 등 다수의 넷플릭스 임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대표는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우리나라 콘텐츠에 2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랜도스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렇게 성공적인 하루를 마련한 미국과 한국의 콘텐츠, 통신 및 정책팀이 자랑스럽다"며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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