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다] ‘프라시아전기’ 개발진, 맹목적 자동사냥 지양한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프라시아전기 개발진은 보스 몬스터를 제작할 때 이용자에게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보스 몬스터를 자동·수동 전투로 잡을 것인지보다 협동 재미가 우선이지요. 이용자가 결사(길드)원들과 보스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할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역할을 배분하는 과정을 통해 ‘프며들기’(프라시아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익제 넥슨 프라시아전기 디렉터는 지난 17일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게임 개발 방향성에 대해 밝히며 이같이 강조했다. ‘프라시아전기’는 넥슨이 지난 3월 선보인 대규모 이용자 간 전투(PvP)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프라시아전기는 엘프 지배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전쟁사를 그린다. 이용자는 엘프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또 적 결사보다 유리한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동맹 결사와 연합을 이루고 정치 및 전투를 펼치게 된다. 앞서, 이 디렉터는 지난 2017년 넥슨 모바일 MMORPG ‘엑스(AxE)’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MMORPG 재미 요소를 선보이기 위해 프라시아전기 개발 지휘봉을 잡았다.
◆‘어시스트모드’로 사냥 편의성↑…보스전에선 협동 재미 강조=공성전 기반 MMORPG 춘추전국시대에서 넥슨 프라시아전기 개발진이 강조한 것은 ‘어시스트 모드’를 앞세운 자동전투 시스템이다. 자동전투 시스템과 모바일 MMORPG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냥 과정보다는 캐릭터 성장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이용자가 많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프라시아전기 어시스트 모드는 이러한 이용자 요구에 맞춰 자동전투 시스템 편의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결과다.
이 디렉터는 “MMORPG에서 자동전투는 사냥 피로도를 낮추는 중요한 장치”라며 “(타 게임에서는) 보통 화면을 켜놓고 진행되는 자동 전투가 많은데, 화면을 켜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개발된 것이 어시스트 모드”라고 말했다.
어시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게임을 종료해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을 이어간다. 어시스트 모드 설정 화면에서는 구체적인 캐릭터 행동을 지정할 수 있다. 예컨대, 사냥 중 물약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상점에 방문해 사용자가 설정한 수만큼 물약을 구매하거나 특정 등급 이상 아이템만 줍는 등 구체적인 행동 설정이 가능하다.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사냥 재미를 꾀했다. 개인 사냥은 어시스트 모드를 이용하되, 보스 사냥은 결사원들과 수동 조작을 기반으로 여러 공략법을 고민하는 등 협동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프라시아전기 보스 몬스터는 아무리 강한 이용자라 하더라도, 1인 자동 사냥으로는 처치 불가능에 가깝도록 설계됐다.
프라시아전기 개발진은 향후 지속적으로 어시스트 모드를 수정·개선한다. 임훈 프라시아전기 부 디렉터는 “캐릭터가 자동 사냥 중 사망하면 다른 사냥터로 이동하거나, 캐릭터가 쉬는 시간을 가지고 체력을 회복한 뒤 이동하는 등 다양한 명령을 추가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성전 대중화…이용자가 만드는 게임, 개발진은 거들 뿐=프라시아전기 개발진이 두 번째로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바로 공성전(거점전) 대중화다. 단순히 던전을 돌면서 개인 성장에만 집중하는 역할수행게임(RPG) 요소보다는 다중접속(MMO)에 방점을 찍었다.
임 부디렉터는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가 거점전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약한 결사도 강한 결사 라인(세력)에 결집해 공성전 콘텐츠에 참여하는 식으로 가능하다”며 “그 과정에서 이런 대규모 PvP 콘텐츠를 힘겨워하는 이용자도 있는데, 이들이 거점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단순한 던전 게임(개인 사냥만 반복하는 게임)이 되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했다.
이어 “프라시아전기 세상은 이용자가 만드는 것이며, 개발진은 도움을 줄 뿐”이라며 “라이브 서비스 방향도 프라시아전기는 이용자가 완성하는 게임이라는 철학 안에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각 서버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서버마다 다채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 임 부디렉터 설명이다. 게임 재화를 분배하는 문제로 결사 간 갈등이 격화돼 매일 같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서버가 있는 반면, 평등하게 재화를 분배하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서버도 있었다.
이 디렉터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신기하고, 고마웠다. 이용자가 마치 개발자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각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며 “강제로 경쟁을 붙이거나 평화를 이끌어내는 등 개발진의 인위적인 개입은 되도록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MMORPG 개발진의 영원한 숙제, ‘직업별 균형’=대부분 MMORPG 개발자들이 라이브 서비스 중 이용자로부터 가장 많이 요구받는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 직업(클래스)별 능력치 균형(밸런스) 문제 해결이다. 현재 프라시아전기에는 ▲검을 무기로 다루는 ‘환영검사’ ▲마법 공격 및 지원에 능한 ‘주문각인사’ ▲방어 및 지원 역할 ‘집행관’ ▲원거리에서 활을 쏘는 ‘향사수’ 등 클래스가 마련됐다.
밸런스 조정 과정에서 한 클래스 능력치를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다른 클래스 이용자 원성을 사기 십상이다. 반대로 강한 클래스 능력치를 함부로 낮췄다간, 해당 클래스 이용자 불만을 살 수 있다.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디렉터는 “프라시아전기는 클래스 간 상성이 설계돼 있어 각 클래스마다 1:1 전투를 벌였을 때 더 유리한 클래스가 정해져 있다”며 “대규모 PvP에서 클래스별로 각기 다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확인하고 있다. 이용자가 더 많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용자 사이에서 향사수 클래스(능력치)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지만, 상황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용자도 많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대응하는 중”이라며 “오는 6월 중으로 클래스 새로운 스킬이나 기존 스킬 변경 등 적극적인 밸런스 조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둔지는 너무 좁다”…더 크고 좋은 집 ‘대성채’로 간다=현재 프라시아전기 이용자는 거점 ‘주둔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둔지는 가장 작은 거점 단위이며, 이후 주둔지보다 더 큰 규모 거점인 ‘요새’ ‘대성채’가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거점을 차지한 결사는 해당 주둔지 내 이용자 거래에서 얼마간 세금을 걷을 수 있고, 각종 아이템 혜택이 주어진다. 더 큰 규모 거점일수록 더 많은 재화를 차지하게 된는 구조다. 이를 통해 결사 활동에 더 많은 변수를 창출하고, 서버 내 게임 재화 경제도 확장한다.
이 디렉터는 “서버마다 다른 경제 활성화 정도를 보인다.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수록 모이는 세금도 많은 편”이라며 “더 큰 규모 거점을 차지한 결사에게는 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개발진은 게임 세계관 확장과 더불어 신규 클래스 소식도 전했다. ‘스탠더 역습’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서 새로운 맵과 스토리가 공개된다. 엘프가 차지하고 있던 지역을 인간(스텐더)들이 다시 수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결사가 함께 공략하는 ‘혼돈 보스’ 몬스터도 오는 24일 공개된다.
거점 ‘론도 대성채’가 열리고 나면 신규 지역이 개방되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반기에는 크로스렐름 ‘틈바귀 지역’이 공개되며, 이때 크로스렐름 에피소드로 ‘록소돈의 능선’을 선보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임 부디렉터는 “이용자 (아이템이나 캐릭터)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개발을 이어가려고 한다”며 “업데이트 방향 또한 최대한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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