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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336억원’ 부메랑 돌아온 5G 28㎓…억울한 통신사, 묵묵부답 정부(종합)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통신3사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해온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가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되어 돌아왔다. 표시광고법 위반으로는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의 과징금이다.

지금은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도 5G 28㎓ 주파수에서 손을 뗀 가운데, 통신사는 물론 2019년 5G 상용화 당시 28㎓를 내세워 5G를 홍보해온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5G 서비스 속도에 대한 부당광고 건과 관련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과징금 총 33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SK텔레콤은 168억2900만원, KT는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는 28억5000만원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통신3사는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 또는 그보다 낮은 2.1~2.7Gbps인 것처럼 광고했으나, 2021년 3사의 실제 평균 속도는 0.8Gbps에 불과해 속도가 과장 또는 허위로 표시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정의한 5G는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주파수 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5G 주파수는 3.5㎓와 28㎓ 대역이 할당됐는데, 저주파인 3.5㎓ 대역은 속도보다 커버리지에 초고주파인 28㎓는 커버리지보다 속도에 강점이 있다. 즉, 20Gbps는 28㎓ 대역에서 가능한 속도인 것이다.

하지만 통신3사는 5G 서비스 속도 부당광고에 대한 공정위 처분과 관련 “아쉽다”는 입장이다. 광고는 5G의 이론상 속도를 게재해도 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행정지도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 설명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라며 “소비자에게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9년 6월 4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올라온 <장도연의 롱터뷰>에서 유영민 장관이 인터뷰하고 있다.

실제 5G 상용화 초기 “20배 빠른 5G”를 외친 것은 통신사 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역시 28㎓를 앞세워 5G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기존 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른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라고 말하기도 했다. 5G 서비스 시작 당시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역시 공개된 장소에서 20배 빨라지는 통신속도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일과 관련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정부의 행정지도를 준수해 광고했더라도 소비자 오인성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과거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부당광고 판례를 들어 “법원은 실험조건이 실제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우 실험 결과의 근사치가 실제 사용 환경에 발휘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으므로 실험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해야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라며 통신3사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속도에 대한 근사치나 평균치를 제한상황에 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미국 통신사인 T모바일의 경우, 소비자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형식적으로는 80~382Mbps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소비자 체감 속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버라이즌도 소비자를 기준으로 체감할 수 있는 속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는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의 과징금이다. 2017년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건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과징금은 373억원이었다.

과징금은 부당광고 기간 중 통신3사의 매출액을 고려해 산정됐다. 표시광고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기간, 관련 매출액, 과징금 부과율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로, 이번 과징금은 부과율 상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의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이 제고될 것”이라며 “또 공공재인 전파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3사가 부당광고를 이용한 과열경쟁에서 벗어나 품질에 기반한 공정경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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