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신작 코앞인데”…블리자드, 콘텐츠 축소 논란에 벌금까지 ‘진통’

오병훈 기자
오버워치2 [사진=블리자드]
오버워치2 [사진=블리자드]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액티비전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최근 크고 작은 논란을 겪으며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용자와 약속한 게임 콘텐츠 개발 계획을 축소하면서 원성을 사는가 하면, 확률형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가 벌금 처분도 받게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수 과정에도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기업 결합 심사에 제동이 걸리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오버워치1이랑 다를 바 없네”…PvE 콘텐츠 축소 논란=애런 켈러(Aaron Keller) 오버워치2 총괄 디렉터는 지난 20일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몬스터와 전투(PvE) 개발을 축소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라이브 게임 개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영웅모드’와 같은 PvE 콘텐츠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런 켈러 디렉터는 공지를 통해 “우리 비전은 흥미롭지만 거창했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지속적으로 개발 인력을 라이브 게임에서 빼내 그쪽으로 투입해야 했다”며 “이용자 기대가 컸지만, 이제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다. 영웅 임무를 기대하는 모든 이용자가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힘든 결정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용자 사이에서는 강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블리자드가 지난 2019년 오버워치2 개발 계획을 공개했을 당시 오버워치1과 차별화 지점으로 강조한 부분이 바로 PvE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지난 2019년 개최된 블리즈콘에서 오버워치2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 역할 수행 게임(RPG) 요소가 포함된 PvE 모드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영웅을 성장시키고 이용자 입맛에 맞는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커스터마이징 콘텐츠가 포함될 계획이었다. 실제로 사전에 공개된 PvE 모드 소개 이미지에 스킬트리를 연상케하는 게임 내 화면이 포함되면서 이용자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콘텐츠 축소 공식화로 이같은 콘텐츠는 만나볼 수 없을 예정이다. 물론, 오버워치 개발진이 모든 PvE 모드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스토리 임무’ 등 일부 PvE 콘텐츠는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스토리 임무는 이용자가 영웅 스토리를 따라 각종 미션을 해결하는 콘텐츠다.

이용자 비판이 거세지자 마이크 이비라(Mike Ybarra) 블리자드 대표가 직접 트위터를 통해 이를 언급하며 황급히 진화에 나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그는 트위터에서 “오버워치 팀의 개발에 대한 야망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버워치 팀이 결정한 것에 지지와 지원을 보내겠다. 개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87억달러을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87억달러을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누락했다가 벌금…금액 적지만 ‘망신살’=콘텐츠 축소 논란에 더해 벌금 처분 소식도 이어졌다. 영국 게임 매체 ‘게임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범유럽게임정보(PEGI)’는 블리자드에게 5000유로(한화 약 713만원) 벌금을 부과했다. PEGI는 유럽 민간 게임 등급 분류 기관으로 유럽연합(EU)에 속한 약 30여개 국가에서 PEGI 등급 분류 체계를 이용하고 있다.

블리자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디아블로 이모탈’ 속 ‘확률형 아이템(Loot box)’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아이템 능력치 강화에 필요한 ‘전설 보석’ 획득 확률을 높여주 ‘전설 문장’이 확률형 아이템 형태로 마련돼 있다.

PEGI는 “(블리자드의 이런 행위는) PEGI 행동 강령 규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PEGI 집행위원회는 블리자드에 5000유로(한화 약 713만원) 벌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든든한 뒷배 MS 만나기 어렵네”…美·英 제동에 ‘진퇴양난’=블리자드를 두고 펼쳐진 ‘역대급’ 인수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687억달러(한화 약 9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MS는 블리자드를 통해 게임 사업 퀀텀 점프를 기대할 수 있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MS의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MS는 산하에 글로벌 대표 콘솔 기기 기업 엑스박스(Xbox)를 두고 있으며,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는 영국과 미국에서 인수 과정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국과 미국 규제 당국은 반드시 넘어야 숙제로 꼽힌다. 양국 규제 당국 모두 해당 기업 거래를 차단하거나, 별도 조건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먼저 영국에서는 경쟁시장국(CMA)이 MS의 블리자드 인수 반대 입장을 표하며 두 회사 결합에 제동을 걸었다. CMA가 문제 삼은 것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 독점 문제다. CMA는 MS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 내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전에 돌입한 바 있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MS가 여타 게임 업체를 통제하고, 게임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소송 이유를 전했다.

다만, MS는 EU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칠레, 일본 등 국가로부터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았다. MS는 영국과 미국 규제 당국 결정에 반발하며 각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