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테크다이브] 애플 비전프로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韓 DP·장비 기업도 만반의 준비

백승은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비전 프로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사용해서 2개 디스플레이에 2300만 픽셀이 밀집돼 있으며 각 디스플레이는 우표 하나 크기로 광범위한 색상을 자랑한다.”

애플의 ‘회심의 일격’인 비전 프로를 소개하는 문구 중 하나다. 비전 프로에 탑재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전 프로 제조원가 중 디스플레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만큼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기기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한 마디로 아주 작은 화소(픽셀)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픽셀 크기는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다. 1㎛는 100만분의 1m 수준으로, 보통 100㎛는 머리카락 정도의 굵기다.

이렇게 작은 픽셀이 촘촘하게 연결돼 타 디스플레이보다 좀 더 세밀한 화면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나 공간을 구현하는 VR이나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덧씌우는 AR에 무엇보다 적절한 디스플레이다.

종류는 크게 마이크로 OLED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가 있다. 두 디스플레이는 각각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나 ‘레도스(LEDoS·LED on Silicon)’라고 불린다.

올레도스와 레도스 모두 실리콘(Silicon)이 포함되는 이유는 일반적인 디스플레이가 유리나 플라스틱 웨이퍼를 사용하지만 두 디스플레이는 모두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유리, 플라스틱 기판보다 작고 정교한 구동회로를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섬세하게 화면을 나타낼 수 있다. 그렇지만 실리콘 기판 가격이 비싸고, 크기도 한정돼 미래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차이점도 있다. 마이크로LED는 무기물질을, 마이크로OLED는 유기물질을 사용한다. 마이크로LED는 기판 위에 수천만개의 LED를 붙이기만 하면 된다. 평면이 아닌 플렉서블 기판일지라도 패턴에 따라 마이크로LED를 올릴 수 있는 격이다. 원하는 폼팩터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경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비전력도 OLED뿐만 아니라 마이크로OLED보다 뛰어나다.

다만 아직 마이크로LED는 한계가 있다. 수천만개에 달하는 LED를 붙이려면 가격이 만만하지 않을 뿐더러 기판에 LED를 올리는 데도 상당한 전사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마이크로OLED의 시간이 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생산성, 수율 등을 고려했을 때 XR 시장 주요 기업들은 마이크로OLED를 좀 더 활발하게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이크로OLED 선두 기업은 소니, BOE다. 이번 비전 프로 메인 디스플레이 역시 소니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역시 절치부심에 나서며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부터 SK하이닉스와 함께 마이크로OLED 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안에 파일럿 라인을 완공하고 2024년에는 마이크로OLED 양산 체재를 갖출 계획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도 바빠졌다. 20여년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용 마이크로OLED 증착기를 생산하고 있는 에스엔유프리시젼(에스엔유)은 지난해 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시드텍 관계사에 273억원 규모의 증착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하기도 했다. 에스엔유의 최대주주인 에스에프에이도 지난해에 ‘마이크로 OLED 라인’에서 사용되는 지능형 이송시스템(스토커)을 수주했다. 마이크로OLED 증착장비 시장에서 300mm 웨이퍼 양산장비를 생산한 유일한 업체인 선익시스템은 최근 애플로부터 IT용 8세대 OLED 증착기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기도 했다.

또 케이피에스는 지난해 8월 양산용 마이크로OLED 파인메탈마스크(FMM) 인장장비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APS홀딩스에 납품을 마쳤다. 또 APS홀딩스는 마이크로 OLED 구현에 필요한 초고해상도 FMM 개발에 주력 중이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책과제 '증강현실용 고휘도와 고해상도를 갖는 자발광 OLED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의 시제품 개발을 맡고 있다.

백승은 기자
bse1123@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