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범죄도시' 만든 제작사가 IT 선진화 나선 이유는?··· 솔트웨어 통해 쿠버네티스 환경 구축

이종현 기자
왼쪽부터 콘텐트리중앙 IT개발본부 인프라기술팀 최진덕 차장, 박정기 팀장
왼쪽부터 콘텐트리중앙 IT개발본부 인프라기술팀 최진덕 차장, 박정기 팀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콘텐트리중앙은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SLL, 영화 관람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배급을 함께하는 메가박스, 매거진 및 라이브커머스,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HLL 등의 기업을 품고 있는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재벌집막내아들>, <범죄도시>, <수리남>, <DP>, <지옥>, <부부의세계> 등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드라마들이 콘텐트리중앙 산하의 작품들이다.

이처럼 문화 산업의 최전선을 달리는 미디어 기업이 최근 정보기술(IT) 현대화를 추진해 눈길을 끈다. 4개월여의 프로젝트 끝에 쿠버네티스(Kubernetes) 및 코드형 인프라(Infrastructure as Code, IaC) 환경을 구축했다. 인프라 영역의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진 셈인데, 문화와 IT라는 다소 생경한 조합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조인스중앙 흡수, 그룹사 IT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종합 기업

콘텐트리중앙은 2021년 중앙그룹 내 전체 IT 서비스를 지원하는 조인스중앙을 흡수합병했다. 현재 2곳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운영·관리하며 그룹 내에서 필요로 하는 IT 관련 정책을 결정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중앙그룹의 IT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는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쿠버네티스·코드형 인프라 도입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준 것은 콘텐트리중앙 IT개발본부 인프라기술팀 박정기 팀장과 최진덕 차장이다.

그들은 인프라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및 탄력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쿠버네티스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현재 콘텐트리중앙은 두 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 곳은 소프트웨어 정의 광대역 네트워크(SD-WAN)와 같은, 최신 IT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데이터센터는 IT 인프라가 꽤 노후화돼 있었고, 여기에 쿠버네티스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서버의 양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해 표준화된 코드형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최 차장은 “엔지니어마다 업무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이를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표준화된 코드형 인프라 체계를 갖춘다면 별도의 코멘트나 추가적인 업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인프라 자원 관리에 대한 작업 내용 공유 부족 및 인적 오류로 인한 장애 발생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파트너사로 솔트웨어 선정··· “‘기술 내재화’ 도울 수 있는 기업 물색”

콘텐트리중앙은 이번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 사업(MSP)을 영위하고 있는 솔트웨어를 선정했다. 솔트웨어는 국내 클라우드 MSP 중 최초의 상장사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마이그레이션을 비롯해 개별 기업을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및 IT 선진화도 지원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이 솔트웨어를 파트너사로 선정한 것은 상용 솔루션 판매를 배제한, 기술지원만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던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약을 건 데는 IT 현대화 이면에 ‘기술 내재화’라는 목적이 있다.

프로젝트에서 솔트웨어에게 요구된 것은 IT 선진화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쿠버네티스를 오픈소스로 구축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콘텐트리중앙의 설명이다.

박정기 팀장은 “패키지 형태의 솔루션을 구매하면 이용하기는 쉽다. 하지만 내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솔루션을 이용하기만 하면 그 노하우가 내재화되지 않는다”라며 “쿠버네티스를 도입하면서 깊이 있게 공부해 보자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대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 오픈소스를 활용해야만 했다. 이런 요건을 만족하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그중 솔트웨어가 특히 강한 의지를 보여주셔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흔히들 사용하는 데스크톱에서 웹브라우저를 두 번 클릭하면 열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이걸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부에서 이게 어떻게 구동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일반 사용자라면 모를까, 엔지니어라면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지 알아야만 장애가 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데 패키지 SW를 도입할 경우 이런 경험이나 지식을 내재화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보안이다.

콘텐트리중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인 쿠버벤치(Kube-bench)를 이용해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의 보안 설정 평가 및 취약점을 식별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더해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웹 필터링 방화벽을 도입함으로써 보안 수준을 높였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정책의 경우 설정이나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는데, 콘텐트리중앙은 고생 끝에 도메인을 기반으로 화이트리스트 웹 필터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콘텐트리중앙 IT개발본부 인프라기술팀 박정기 팀장, 최진덕 차장
왼쪽부터 콘텐트리중앙 IT개발본부 인프라기술팀 박정기 팀장, 최진덕 차장

◆쿠버네티스 도입은 시작··· 컨테이너 적극 활용하는 MSA 기반 서비스 장려

콘텐트리중앙의 쿠버네티스·코드형 인프라 도입 프로젝트는 완료됐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중앙그룹의 IT 서비스가 모두 현대화되는 것은 아니다. 쿠버네티스는 컨테이너를 이용하기 위한 환경인 만큼, 향후 컨테이너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기반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는 등의 단계가 남았다.

박 팀장은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MSA를 이제는 할 수 있게 됐다. IT 부문이 판을 깔았으니 앞으로는 컨테이너의 활용을 점점 더 늘리는 데 집중하려 한다. 계열사와도 소통해서 새로운 서비스는 MSA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도록 하는 게 남은 목표”라고 전했다.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현재는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온프레미스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체계를 갖출 것이라는 목표다. 이번 쿠버네티스 도입을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이식성을 높였기에 그 과정도 보다 수월해졌다.

최 차장은 “예전 방법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방법이 불편하고,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다면 변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코드형 인프라를 접하면서, 템플릿을 잘 만들면 재사용할 수 있고 이는 코딩 또는 인프라 관리의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작업시간을 줄이면, 주력 스킬 외에 다른 스킬에 관심을 갖고 확장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지금보다 나은 조직, 지금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박 팀장은 미디어 기업에서의 IT 조직이라는 한계, 편견을 깨고 인프라 영역에서부터 변화를 주도해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콘텐트리중앙이 미디어 기반의 기업이다 보니 IT에 대해 소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 미디어 기업 중에서도 상당히 앞섰다고 자평한다”며 “앞으로도 뒤처지지 않고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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