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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TF] ㊶ 전자기 유도 '인쇄전자'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사로잡은 '엔젯'

이건한 기자
엔젯 iEHD 프린팅 데모 [ⓒ 엔젯 홈페이지]
엔젯 iEHD 프린팅 데모 [ⓒ 엔젯 홈페이지]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 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엔젯은 독자개발한 유도전기수력학(EHD) 기반 잉크젯 프린팅 전문기업이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초로 선정한 국내 소부장 으뜸기업 22개 중 1개이기도 하다.

엔젯의 기술은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영역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기능성 잉크 소재를 사용해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CD, 바이오센서, 반도체 등의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인쇄(Printing)라고 하면 보통 종이에 패턴을 찍어내는 것이 생각되지만, 다양한 특성의 기능성 잉크들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프린팅으로 전자부품을 직접 제작하거나 프린팅된 패턴에 전기 광학적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기술로 전자소자를 제작하면 복잡한 전자소자 제조 공정을 간결하고, 빠르게 만들어 비용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

엔젯은 2009년 성균관대 변도영 교수가 확보한 EHD 원천기술을 토대로 설립됐다. 기존의 잉크젯 프린팅은 분사노즐 내부 압력으로 잉크를 밀어내는 방식이었다면, EHD는 정전기를 활용해 외부에서 전자기 유도로 노즐 속 잉크를 당겨오는 방식이다. 분사형 방식은 노즐 크기에 따라 잉크의 크기가 제한되지만 전자기 방식은 그보다 훨씬 작은 잉크를 정밀하게 인쇄할 수 있다.

이를 한층 개선한 엔젯의 iEHD의 인쇄 정밀도는 머리카락의 50분의1 굵기인 1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또한 노즐의 수를 늘리면 산업 현장에서 그만큼 정밀하고 빠르게 전자소자를 다룰 수 있다.

엔젯의 방식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보다 저비용, 저온, 친환경, 유연성 등에서도 이점이 있다. 예컨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그리고 화학약품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광식각 공정에 총 9단계가 필요하다. 레지스트 형성, 굽기, 노광, 식각 등에 진공·고온의 작업 과정이 수반되며 이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기판의 폭도 제한적이다.

반면 iEHD로는 9단계의 공정을 2단계까지 줄일 수 있으며 진공·고압 환경이 필요하지 않다. 화학약품에 견딜 수 있는 유리나 실리콘 기판 외에도 플라스틱이나 섬유, 종이 등을 기판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나 재료 선택의 유연성이 대폭 커진다.

엔젯 iEHD 프린터 'eMicroJet Printer' [ⓒ 엔젯]
엔젯 iEHD 프린터 'eMicroJet Printer' [ⓒ 엔젯]

현재 마이크로 LED 분야 칩 리페어 복합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빛샘방지 공정 등 섬세함이 요구되는 분야에 이 같은 엔젯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EHD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코팅 솔루션도 다수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판매 중이다. 2022년에는 바이오센서(진단키트)에 진단 물질을 정량 도포하는 공정장비를 개발, 양산해 시장을 확대하기도 했다. 매출 내 비중이 가장 큰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양사의 비중은 약 80% 정도로 예상된다.

엔젯은 일찍이 국내외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0년 미국의 대형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고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분야에서 제휴 협력을 맺었다. 2022년 11월에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도 성공했다. 상장 당시 시초가는 9000원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약 8개월이 지난 현재는 2만3000대를 형성 중이다.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간 매출 상승세도 가파르다. 2020년은 매출 33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으나 2021년 매출 100억원, 영업이익 17억6000만원으로 흑자전환 됐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매출은 2배 성장한 216억원, 영업이익은 52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5%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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