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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게임 주의보下] 전문가들 “가짜 게임,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왕진화 기자

한국저작권보호원이 28일 서울 상암동 청사에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불법저작물에 밤낮없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대응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2018.11.28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저품질 외산 짝퉁 게임은 국내 게임 개발자는 물론 게임사, 이용자까지 힘을 빠지게 만든다. 게임업계도 게임 저작권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방이 부분적으로 가능한 사전 조치로는 중국 사업자(게임사 및 개발자)에게 저작권을 주장하기 위해 현지에 저작권을 미리 등록해놓는 것도 들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에서는 중국 내 저작권 등록 업무를 지원한다. 이곳에서는 중국 내 저작권 등록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으며, 중국 내 저작권 등록 담당기관인 ‘중국판권보호중심’과 업무 간소화를 위한 협의를 완료해 중국 내 저작권 등록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곳은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24시간 상시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침해 발생 시 신속한 조치로 침해대응 골든타임 확보를 돕는다.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 방송, 만화, 소프트웨어까지 침해정보를 통합관리하고 상습침해자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준다.

또한 국제협력을 위해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에서 해외사무소를 구축하고 운영 중이다. 국제 저작권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합법 유통을 활성화하며 저작권 침해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짝퉁으로 출시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임사가 직접적으로 나서 협조를 구하기엔 골든타임을 이미 놓칠 지도 모를 일이다.

포켓몬 짝퉁 게임은 최근까지 구글플레이에서 서비스돼왔다. [사진=구글플레이 갈무리]

예방만으로 짝퉁 게임을 저지하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행법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사실상 게임물관리위원회 및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주요 앱 마켓의 적극적인 감시와 등급분류 취소뿐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철우 게임·엔터 전문 변호사는 “이럴 경우 우선 국내 게임사는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저작권법 제136조가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제136조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징역형 또는 벌금형 등의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해서 침해 행위를 규제하는데, 1차적으로는 캐릭터나 구성 요소에 대한 저작권 침해일수도 있고, 상표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침해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처벌 사안이니만큼 고발하거나 저작권 침해 정지 청구 같은 민사 절차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지만,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하면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다”라며 “그 국가 소재지가 어디냐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게임사가 앱 마켓에 저작권 침해 대상 게임에 대한 신고를 하거나 ▲게임 이용자도 앱 마켓에 신고하는 것 등이 있다고 예시를 꼽았다. 그러나 해당 행위들이 법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현행법상 가능한 제일 빠른 방법이 게임물관리위원회나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주요 앱 마켓들이 문제되는 게임에 대한 자체등급분류를 취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법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건 한국저작권보호원이나 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등급분류 취소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안이 활성화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저작권법 위반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위반도 등급분류 취소 사유에 들어가 있으며, 다른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구글플레이 갈무리]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 또한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 얽힌 무단복제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이재홍 학회장은 지금이라도 국가가 대응할 수 있는 국제공조 외교력을 발휘하고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학회장은 “중국 게임사 같은 곳이 짝퉁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참 오래된 이야기”라며 “국내 게임사들도 이런 경우에 대비하고 나서야 하겠지만, 이제는 정책적인 부분들도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4차 산업 시대는 콘텐츠산업 시대라고도 볼 수 있는데, 한국 경우 콘텐츠가 더 앞서가야 되는 상황”이라며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콘텐츠들이 계속 복제품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데 회사 차원에서 나서기란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작은 문제라고 여기고 정부가 직접 해외에서의 저작권 분쟁 지원 같은 파트를 만들거나, 콘텐츠기업의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과 정부 차원 대책을 세워 우리 콘텐츠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최근 발의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근본적인 짝퉁 게임 근절이나 ‘먹튀’로 불리는 저질 운영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작권 침해를 행하는 해외 게임사들이 소규모 혹은 1인 개발자인 경우가 상당해 관련 규제를 제대로 적용시킬 수 없다는 뜻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만약 국내 대리인이 생기게 되면 해외 게임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 가처분 같은 것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조치뿐만 아니라 가처분조차도 느리고 퇴출까지 시간이 똑같이 소요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리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규모의 사업자가 많아서, 해외 대형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제재하는 부분에선 의미가 있겠으나 짝퉁 게임 근절 및 더 나아가 한류 콘텐츠 보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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