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트렌D] 물 만난 경험소비, 티켓값 15만원도 “힙하니까 좋아요”

이안나 기자

워터밤 서울 2023 현장 모습 ⓒRXC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날씨에 젊은층 사이 높은 인기를 끈 행사가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3’입니다. 물놀이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인데 사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올해 워터밤 티켓은 거듭 매진을 기록하며 7회차까지 재오픈이 이어졌는데요, 마지막 회차 티켓 가격은 무려 15만4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수요가 높다는 의미죠. 여름철 군중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K-팝 아티스트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비싸도 만족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즐거운 시간과 특별한 추억, 사람들과의 인연 등으로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 아닐까요?

이렇듯 특별한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경험 소비’ 트렌드는 브랜드사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행사엔 여러 브랜드사들이 부스를 만들고 홍보를 하기 마련인데요. 워터밤 서울 2023에선 스위스 대표 시계 브랜드 ‘스와치’가 참여했습니다. 화려한 색채 부스를 운영해 신제품 ‘네온 컬렉션’ 4종을 소개했습니다.

이밖에도 맥주 부스를 운영한 롯데칠성음료, ‘더 미식’ 비빔면 시식 부스를 운영한 하림 등도 치열한 식음료 시장에서 차별화 수단으로 경험 소비 트렌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경험 소비는 한때 유행했던 ‘욜로(You Only Live Once)’와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입니다. 욜로는 흔히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했었는데요. 경험소비는 그보다 ‘경험’ 자체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취향에 대한 안목을 발전시키는 소비 트렌드에 가깝습니다.

이커머스도 경험 소비를 접목시키기 위해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는 ‘목적형 쇼핑’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가령 소비자는 머릿속에 딱 구매할 상품을 떠올리고 쇼핑몰에 접속해 구매를 완료하는 방식이었죠.

이 가운데서 쿠팡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자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다는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에 새 경험을 심어줬습니다. 오늘의집이나 29CM 등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버티컬 서비스도 생겨났고요. 필요에 의해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상품을 발견할 때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이 떠오른 겁니다.

ⓒRXC

특히 이커머스는 소비자들과 대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라이브커머스 등장이 이러한 점을 얼마간 해소해주고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도 특색을 갖추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RXC가 운영하는 ‘프리즘’은 경험 자체에 집중하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쿠팡 창립멤버, 티몬 대표로 있던 유한익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400억원을 투자받아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워터밤에도 참여해 부스를 마련했었고요.

그간 프리즘에선 현대미술 아티스트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MU:DS)' 와 협업으로 탄생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스페셜 에디션'부터, 가수 김종국이 중시하는 삶의 가치를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에 적용해 선보이는 플랫폼형 브랜드 '에프엠프로젝트', 조선팰리스와의 협업으로 프리즘을 통해 티켓을 구매한 투숙객을 롤스로이스로 픽업하여 호텔에 데려다주는 이색 프로모션을 진행해왔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프리즘이 ‘힙스티지(힙+프레스티지’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현재 프리즘에는 힙스티지 브랜드로 꼽히는 인스턴트펑크, 앤더슨벨, 낫싱, 크래쉬배기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핀크스 포도호텔 등 10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프리즘 현재 가입자 수는 35만명 규모인데,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협업한 라이브 방송엔 시청자 약 30만명이 모이고, 지난 1월 처음 선보인 호텔 ‘엠버 퓨어힐 호텔·리조트 제주'는 분당 거래액이 1억원을 넘어서며 총 12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색 협업과 고품질 영상을 접목해 경험소비를 공략한 게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