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전철처럼 충전한다고? '이색 충전 서비스'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본격 성장기에 진입한 국내 전기차 충전 산업이 시장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충전기는 이색 폼팩터로, 서비스는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식으로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각의 경쟁력을 마련해가는 모습이다.
8월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코리아빌드위크’와 함께 개최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전’에서는 다양한 특징으로 눈길을 끄는 전기차 충전 및 화재 대응 장비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전철에서 충전 모티브 얻은 ‘펌프킨’
‘펌프킨’은 480kW급, 전기버스 등 대형 전기차량의 자동충전 시스템 ‘무빙로봇 eBAB’를 전시했다. 예시를 보면 운행을 마친 버스가 충전지역으로 이동 후 정차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초급속 충전이 이뤄지는데, 이때 모습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충전기는 사용자가 하차 후 충전구를 열고 직접 커넥터를 꽂아야 하며, 충전이 끝나면 직접 탈거해야 한다.
무빙로봇 eBAB는 그럴 필요가 없다. 마치 전철이 전력을 공급받듯 충전 위치에 정차하면 펜터그래프 유닛이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 상단 충전부와 연결해 충전하는 식이다. 여러 대가 있을 경우 유닛이 좌우로 이동하며 급속충전을 나누어 제공한다. 일반적인 급속충전이 100~200kW급이란 점을 고려하면 480kW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속도다. 대형차량의 대형 배터리와 빠른 충전 수요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정차만 하면 자동 충전이 이뤄지는 방식인 만큼, 기사들이 바삐 오가는 버스 차고지 등에서 충전 관련 노동력과 시간, 비용 등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방식은 규격상 기존 전기차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펌프킨 관계자는 “앞서 국내 실증을 진행했고 현대자동차에서 걸맞은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일렉시티’란 이름의 전기버스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 완속, 급속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던텍’
전기차용 충전기는 보통 완속과 급속 충전기로 구분된다. 7kW, 11kW, 50kW, 100kW 등 사양에 따라 다른 전력을 제공한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충전 사양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많은 충전기를 복수로 설치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모던텍의 올인원 충전기는 이 같은 불편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전력부와 충전부 일체형 충전기가 아니라 별도의 전력분배기(파워뱅크)를 설치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고, 디스펜서(충전부) 역할을 하는 기기로 필요에 따라 완속, 중속, 급속 충전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각국 충전 규격에 따른 다양한 커넥터도 함께 비치해 충전 차종에 따라 하나의 기기로 충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던텍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형태의 제품은 아직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다. 내년 1월 초 모던텍 올인원 충전기가 처음 공급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고유 파워뱅크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전력 분배 기술로 충전기 설치 투자비와 대기전력 절감, 주차면 공용사용이 가능해 주차 갈등 해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캐노피(지붕) 일체형 충전기도 함께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 주차면만 있으면 개인도 충전사업 OK! ‘플러그링크’
충전기뿐 아니라 충전 서비스도 시장 수요에 따라 진화한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 플러그링크는 이번 전시회에서 여유 부지를 갖고 있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미니 충전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솔루션 '플링비즈(Biz)'를 소개한다.
플링비즈는 플러그링크에 초기 설치비와 충전기 1대당 매월 3~5만원(완속, 급속) 수준의 솔루션 이용료를 내면 전기차 충전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구독형 솔루션이며 여유 주차면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사업자가 주요 타깃이다.
플링비즈 사용자는 운영 중인 충전소의 이용 현황과 상태, 결제이력, 충전요금 설정 등을 지원하는 대시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도 플러그링크에서 ▲충전소 부지 분석 ▲ 충전기 설치 ▲기대 수익 예상 및 최적화 전략 ▲콜센터, 회원관리 등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므로 진입 부담이 적다.
플러그링크 관계자는 “플링비즈는 설치부터 충전기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까지 복잡한 전기차 충전 사업을 마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LG전자 충전기로 시선 집중 '넥씽'
전시장에 입장하면 곧장 LG전자의 100kW, 200kW 파워뱅크 분리형 급속 충전기를 전시한 넥씽의 부스가 시선을 끈다. 이는 이날 현장에 전시된 제품들 중 유일한 대기업 충전기로 많은 관람객이 흥미를 보였다.
올해 5월 공개된 해당 충전기들은 ▲IP54 방수·방진 ▲역전압 보호 ▲내부 과열방지 ▲과전류 보호 ▲침수감지 등 다양한 안전 기능과 영하 25도부터 영상 40도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내후성이 특징이다. 또한 2채널 분산형 설계로 2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넥씽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커넥터 체결상태 관리, 결제 현황, 소프트웨어 원격 업데이트 등을 지원한다.
넥씽은 2022년 설립된 전기차 전문 충전 사업자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의 장인창 대표는 LG전자 충전기의 높은 완성도와 신뢰도에 촘촘한 A/S를 더해 시장을 공략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충전기 시장의 주된 문제로 잦은 고장과 부족한 사후관리가 지적되는 만큼, 이를 확실히 보완하는 것이 목표다. 넥씽케어서비스로 최대 5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 밖에도 올해 전기차충전인프라 존에는 ▲충전 플랫폼 전문기업 '쿨사인' ▲전기차 화재사고 대응 세트와 화재습식 진압포 등을 선보인 '솔리넥스' ▲화재방지 가정용 충전기 제조사 '스타코프' 등 다양한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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