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국회IT슈] 부가통신 보편역무 부과법, ISP-CP 엇갈린 표정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구글과 네이버 등 국내외 빅테크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에 전기통신설비 구축·운용 및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보편역무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현행법은 이러한 보편역무 제공 의무를 통신사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에만 부여하고 있는데, 일부를 플랫폼·콘텐츠 업체 등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한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부가통신사가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과 이용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 구축·운용 비용을 분담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ISP가 CP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 계류된 8번째 ‘망무임승차방지법’이기도 한 것이다.

구글과 넷플릭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로 불리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졌음에도 사회적 책무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 개정안의 문제의식이다.

단, 법 적용 대상은 부가통신사업자 중에서도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등에 따라 정할 수 있으며 비용 분담의 기준과 방법 및 절차도 대통령령에 따를 것을 명시했다.

기간통신사업자로 법적분류되는 ISP, 즉 통신사들은 이 개정안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새로운 중심이 된 디지털경제 시대에 기간통신사업자에만 과도한 규제를 지우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해 왔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해 빅테크에도 마찬가지로 수익자 부담 원칙이 어떻게든 적용돼야 망을 제때 고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CP들은 걱정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콘텐츠 시장에 규제부터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기업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국내 기업만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역무라는 단어 자체가 부가통신사에는 맞지 않다”며 “기간통신사처럼 진입장벽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편역무 의무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억지 규제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래서 충분히 동등한 지위에 올랐을 때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무조건 법으로 제재할 게 아니라 충분히 논의해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ISP와 CP간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입법기관이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과정을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통신업계에서도 공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가통신사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보편역무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건데 이런 방식이 사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규제 프레임으로 의무를 부과할 게 아니라 디지털 복지라는 개념에서 논의를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취약계층 요금감면 부분도 사실 구글이나 네이버는 구독모델이 많지 않고 무료로 서비스를 하되 광고로 수익을 얻는 모델인데 어떻게 부과할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