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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논란 많았던 '50년 만기 주담대' 후폭풍… 결국 '관치금융' 부메랑인가 [DD인사이트]

박기록 기자

ⓒ NH농협은행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지난 13일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기재부 등 관련부처가 긴급하게 합동으로 내놓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관리 대책 방안은 사실상 금융권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퇴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여전히 현장에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요건만 맞으면 해당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아예 상품 대상을 크게 제한하거나 판매 중단을 선언한 은행들이 속속 이어 지고 있다.

처음에는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 냈지만 어느날 갑자기 '가계 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돌변하면서 금융 당국의 눈밖에 났고, 이에 은행권은 눈칫껏(?) 대출 창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50년 만기 주담대' 논란은 금융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얼마나 '불확실성을 동반한 후폭풍'을 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0년 만기 주담대'판매 중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정부가 아파트값 급락을 막으려고 대출을 활성화시킬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은행탓을 하느냐"는 류의 비판글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금융 당국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실행된 8.3조원 규모의 '50년 만기 주담대'중 6.7조원이 7~8월에 집중적으로 실행됐다.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시장에 잠복해 있던 투기적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됐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급증' 경고등이 켜져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거시경제지표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는 또 다른 위기로 번질수 있다.

실제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실행된 내용을 보아도, 당초 금융 당국의 의도와는 적지않은 괴리가 있다.

무엇보다 정작 '50년 만기 주담대'를 적극 활용해야할 20~30대는 취급율이 29.9%에 불과했다.

반면 40~50대가 57.1%로 가장 많이 대출을 받았다. 그 와중에 60대 이상도 12.9%에 달했다. 여기에 무주택자보다 이미 주택이 있는 사람들(52%)의 대출 비중이 더 높았다. 투기적 수요의 비중이 컷음을 의미하는 수치들이다.

한편으론 이같은 애초부터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은행들의 행태도 의문이다.

'만기 50년 주담대'는 과거에 국내 금융권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초장기 여신상품이란 점에서 출시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주택을 담보로 잡는다지만 향후 50년간 차주의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계산해 낼 수 있는 고도의 평가시스템을 은행들이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수기간(만기)이 길어질수록 리스크는 커지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도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상품 취급이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NH농협은행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중 NH농협은행의 대출액은 2.8조원으로 다른 은행들을 압도한다. 국내 주택 금융시장에서 전통적 강자인 KB국민은행(1조원)의 거의 세배에 달할 정도다.

더욱이 NH농협은행의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 실행 실적중 대출심사가 비교적 손쉬운 '집단대출' 비중이 무려 1.4조원에 달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이같은 '집단대출'이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수협은행(1.1조원), 기업은행(0.8조원) 등 특수 은행들이 주로 취급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이와관련 금융위는 "차주단위 심사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집단대출'의 비중이 '개별주담대' 보다 큰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김(?)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 은행'들의 대출 비중이 유독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관치금융'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금융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비롯해 모든 영업 행위은 은행 고유의 의사결정 영역이라며, 창구 지도와 같은 '관치 금융' 시각에 대해서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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