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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③ 美 미디어·콘텐츠사, 'AI 인재 모시기' 전쟁…"국내 활용방향 설정 필요"

강소현 기자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의 속 한 장면. '페이스 디에이징'과 'AI 음성합성기술'을 통해 연출된 극중 무식의 젊은시절.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의 속 한 장면. '페이스 디에이징'과 'AI 음성합성기술'을 통해 연출된 극중 무식의 젊은시절. [ⓒ 디즈니플러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중심으로 영상콘텐츠 제작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고공행진 중인 제작비를 절감한다는 취지다.

반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은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AI 기술 도입에 앞서, 활용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과기정통부]
[ⓒ 과기정통부]

정부는 최근 AI를 통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기획-제작-마케팅-유통 전 과정에 AI와 디지털 기술 적용을 가속화해 국내 미디어·콘텐츠사와혁신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외 미디어·콘텐츠사에선 이미 ‘AI 인재 모시기’가 한창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전사적으로 AI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가 하면, 넷플릭스는 최근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관리할 머신러닝플랫폼(MLP)팀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에 나섰다.

현재 AI 기술은 포스트 프로덕션(후반작업)은 물론, 프리 프로덕션(사전제작) 단계도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오픈소스로 제공 중인 ‘드라마트론’(Dramatron)은 캐릭터 성격 등 시나리오의 세부 설정을 돕는다. [ⓒ구글 딥마인드]
구글 딥마인드가 오픈소스로 제공 중인 ‘드라마트론’(Dramatron)은 캐릭터 성격 등 시나리오의 세부 설정을 돕는다. [ⓒ구글 딥마인드]

예컨대 구글 딥마인드가 오픈소스로 제공 중인 ‘드라마트론’(Dramatron)은 캐릭터 성격 등 시나리오의 세부 설정을 돕고,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 플로리스(Flawless)는 다양한 언어의 자막 및 더빙 작업을 지원한다. 심의 연령에 맞춰 언어 수위도 조절도 가능하다.

국내에선 IPTV(인터넷TV)들이 AI를 통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분석,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KT는 2022년 10월 ‘올레TV’에서 지니TV’로 기존 IPTV 서비스명을 바꾸고 AI 기반의 유저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를 적용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AI 기반 키즈특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 서비스인 U+tv를, 원하는 OTT 콘텐츠를 한 곳에서 찾고 볼 수 있는 OTT TV로 개편, KT와 마찬가지로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 콘텐츠 추천 기능을 탑재했다.

국내 제작 현장에선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AI를 활용해 젊은시절 최민식의 얼굴을 먼저 데이터화한 뒤, 현재 배우의 얼굴에 입혀 극중 무식의 3~40대 시절을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AI 활용 분야는 주로 유통에 집중됐다. 글로벌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저작권 이슈가 있을만한 음원이나 이미지를 원본 영상에서 삭제하거나 교체하는데 AI를 활용한다. 기존에는 온전히 수작업으로 진행해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를 유통하는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JTBC]
[ⓒ JTBC]

유통 외 다른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은 투자 대비 효용가치가 아직 크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AI의 기술 단가가 높은 탓이다. 이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서 AI 활용 방향에 대해 먼저 모색한 뒤, 이에 따른 한국적 수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JTBC '얼라이브'의 이선우 PD는 “AI 복원 기술 도입으로 (얼라이브)의 제작비와 제작기간 모두 늘었다”라면서도 "효용성만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콘텐츠는 시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과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JTBC ‘얼라이브’는 AI 복원 기술로 하늘의 별이 된 아티스트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고인이 된 임윤택 유재하의 신곡과 미발표곡 음원을 국내 최초로 발표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 PD는 "버추얼 휴먼(가상인간)도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가는데 비용적인 면에선 분명 효용성이 떨어진다"라며 "기술 노하우가 축적되려면 관련 기술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도입에 앞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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