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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SAP 클라우드 기반 뱅킹솔루션 구축?… 당황스러웠던 이유 [DD인사이트]

박기록 기자
2023.9.18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세계적인 ERP 소프트웨어 기업 SAP코리아와 솔루션 구축 및 금융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성영수 하나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사진 오른쪽)과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이사(사진 왼쪽). ⓒ하나은행
2023.9.18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세계적인 ERP 소프트웨어 기업 SAP코리아와 솔루션 구축 및 금융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성영수 하나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사진 오른쪽)과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이사(사진 왼쪽). ⓒ하나은행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하나은행(은행장 이승열)이 19일 'SAP코리아와 솔루션 구축 및 금융사업 협력 체결'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SAP는 ERP(전사적자원관리)솔루션 분야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금융권을 포함해 국내에도 많은 레퍼런스를 가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ERP시장에 선제적 대응과 양사의 솔루션 연계 등 상호협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날 보도 내용중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양사 협력 내용중의 하나로 언급된 '클라우드 기반 뱅킹솔루션(Banking Solution) 구축'이다.

여기서 말하는 '뱅킹솔루션'이 '코어뱅킹( Core Banking)솔루션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에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어뱅킹솔루션과 전혀 무관하다"고 분명히 했다.

"재무 및 회계업무에서 SAP의 ERP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는 기존 하나은행 기업 고객들이 앞으로 보다 편리하게 클라우드 방식으로 ERP를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과 SAP가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3월, 하나은행은 ICT리빌딩 차원에서 O.N.E(Our New Experience)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핵심 사업중 하나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이었고, 계정계 일부 업무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발표는 하나은행의 O.N.E사업에 언급된 클라우드 기반'코어뱅킹' 전환사업과는 무관했다.

만약 이것이 하나은행의 계정계업무 일부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고, 그것을 구현하기위해 별도로 SAP의 뱅킹솔루션을 적용한다는 의미였다면 국내 금융권에는 아마도 매우 놀라운(?) 소식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재 KB국민은행은 기존 계정계업무 일부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영국 소트머신의 코어뱅킹솔루션을 이용해 뱅킹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는데, 하나은행도 유사한 행보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SAP 코어뱅킹솔루션에 대한 안좋은 기억(?)도 국내 금융권에선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5년, 당시 삼성금융계열사들은 '삼성 IT일류화'라는 이름으로 차세대시스템 전환을 발표했다.

이후 주력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SAP의 코어 솔루션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이 사업을 맡았던 삼성SDS가 공시를 통해 밝힌 프로젝트 금액은 삼성생명 1561억원(구축기간 26개월), 삼성화재 1785억원(구축기간 28개월)이었다.

하지만 결국 두 프로젝트 모두 사업이 연기돼 프로젝트 금액이 적지않게 추가되는 등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국내 복잡한 시장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기됐었지만 삼성측이 강행한 결과였다.

이후 국내 금융권 코어뱅킹솔루션 시장에서 SAP가 주요 플레이어로 언급되지 않았었다.

이런 사연때문에 이날 '하나은행-SAP, 클라우드 뱅킹시스템 구축'이라는 문구가 얼핏 놀라움과 함께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날 발표는 하나은행이 '현재 가동중인 자체 ERP시스템을 앞으로 SAP기반으로 교체하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과거 하나은행과 합병한 외환은행이 독일 코메르쯔방크의 지분이 많았고 이런 배경때문에 SAP의 ERP를 이용해 재무회계 및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가동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하나-외환 IT통합 당시, 하나은행은 기존 외환은행의 SAP ERP시스템은 멸실시키고 기존 하나은행에서 사용해왔던 ERP시스템을 통합은행의 시스템으로 활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업인터넷뱅킹에서 제공되는 CMS를 통해 편리하게 자금관리를 활용하듯이 클라우드상에서 ERP플랫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부 서비스용"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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