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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재택 폐지에 희망퇴직까지…그늘 드리운 야놀자

이나연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야놀자 본사 사옥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야놀자 본사 사옥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여행·숙박 플랫폼 야놀자 사내 분위기가 올해 초부터 매우 어수선하다. 야놀자는 올 상반기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상시 원격근무(재택근무)를 폐지한 데 이어, 희망퇴직까지 하기로 했다.

야놀자는 최근 직원들에 사내 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야놀자와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희망퇴직에 대한 보상은 4개월 치 급여 또는 유급휴가 3개월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실적 부진 영향이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실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여가 활동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여행업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은 야놀자에 긍정적이다.

야놀자는 이달 초 올여름 성수기(지난 7~8월) 데이터를 발표하며 “엔데믹 후 첫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여가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국내와 해외여행 모두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 회복세에도 불구, 야놀자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인력 감축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야놀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32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 성장했으나, 284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특수로 지난 2020년 흑자 전환한 야놀자는 불과 2년 만에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 흐름은 ▲2020년 115억원 ▲2021년 577억원 ▲2022년 61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흑자 폭이 축소한 야놀자를 발목 잡은 것은 인터파크 인수와 클라우드 사업 강화 등 외형 확대와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등 요인이었다. 지난해 야놀자 영업비용은 재작년보다 119.6% 가까이 불어난 5984억원으로 나타났다. 광고선전비는 409억원으로, 직전 해보다 87.6% 증가했다. 인건비는 1년새 112% 증가한 1972억원이었다.

특히 야놀자는 지난해 인터파크트리플(옛 인터파크)을 인수하면서부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여행 1등’ 플랫폼이란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유명 배우인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 TV와 유튜브 광고를 지속 선보였다.

거액을 들인 캠페인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회사가 기대한 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실상 업계 1위는 하나투어지만, 인터파크가 제시한 일정 기간에 1위라는 점을 부각해 업계로부터 비판을 받은 탓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야놀자가 집행하는 비용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야놀자 영업비용은 35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3.4% 증가했다. 광고선전비로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218억을, 인건비는 같은 기간 30% 늘어난 759억원을 썼다.

야놀자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전조는 이미 상반기부터 포착됐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 4월부터 주 2회, 지난 6월부터 주 3회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내용의 사내 공지가 지난 2월 발표된 이후,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급기야 경영진은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사유는 ‘생산성’ 문제였다.

당시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회사 상황이 좋지 못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며 “원격근무는 효율적인 부분이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역시 “야놀자 생산성은 바닥 수준,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성장을 멈췄다”면서 “세계적인 기업들도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의 생산성 저하 측면을 고려해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 중엔 회사가 복지 일환으로 내세운 상시 원격근무 혜택을 보고 연봉을 낮춰 입사했거나, 회사에서 먼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직원들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한 직원은 “상시 원격근무 덕분에 속초로 이주했다는 기사가 지난해 7월8일에 나갔다”며 “이제 겨우 7~8개월 정도 지났는데 시행 한 달 전에 (출근을) 통보하는 것은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심지어 그걸로 연봉협상까지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야놀자가 풀재택이라고 자랑해서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왔다”면서 “먼 곳으로 이사 가서 왕복 출근 시간만 5시간이다. 취업 사기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누적된 내부 불만과 실적 악화로 인해 야놀자가 중장기적인 과제로 보는 기업공개(IPO)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야놀자는 지난 2021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비전 펀드에서 17억달러(한화 약 2조2000억원)를 투자받으면서 오랜 기간 검토한 국내 상장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야놀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가 가시화되는 듯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실적 악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한편, 경쟁사 여기어때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여기어때 매출은 1574억원, 영업이익은 182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7.2%, 영업이익은 80.1% 늘어난 수치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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