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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구 동성로 르네상스 속 ‘무신사 스탠다드’ 랜드마크 되나

대구=이안나 기자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전경

[대구=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비 오는 21일 오전 대구 동성로 거리는 아직 한산했지만.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는 규모 자체로 메인거리에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정식 오픈일인 22일을 하루 앞두고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채색 기반 시크한 느낌의 외관을 갖추고 방문자들을 맞을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동성로는 하루 평균 최대 유동인구 50만명으로 지역 쇼핑 중심지이자 대구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아 지역 청년 이탈,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동성로는 예전과 같은 활력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에 대구시에서도 상권 활성화 대책으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구 동성로를 서울 홍대거리처럼 청년 버스킹과 문화행사로 넘쳐나는 ‘재미있는 공간,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는 동성로에서도 랜드마크 격인 영스퀘어 빌딩에 5개층 규모로 세워졌다. 거리 어느 쪽에서 보든 외관이 돋보일 수 있는 장소에 위치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만들어진 건 서울 홍대와 강남에 이어 동성로가 세 번째다. 지상3층부터 지하 2층까지 총 534평 규모로 이번 매장이 규모상 가장 크다. 사실 동성로엔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만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에서 도보 3분 거리엔 무신사 입점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무신사 대구’ 매장을 다음 달 27일 문 연다.

10월27일 개장을 준비 중인 무신사 매장

젊은층이 많이 찾는 동성로는 과거 패션과 문화를 선도하는 곳으로 통했다. 무신사는 온라인 채널이 아닌 하나의 ‘의류 브랜드’로서 동성로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오프라인 경험을 고객들에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PB)라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선진영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실 실장은 “동성로 상권의 힘을 의심의 여지 없이 믿고 있다”며 “무신사 스탠다드 오픈에 기대감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이곳을 계기로 동성로 거리에 많이 방문해 상권도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에 입장할 때 특징은 시각과 후각이 함께 반응한다는 점이다. 1층 중앙엔 가로길이 8m에 달하는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무신사 스탠다드 가을겨울(FW) 캠페인 ‘데님앤블루’ 영상을 볼 수 있다. 동시에 무신사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공통인 ‘미스틱 우드’ 향도 코끝에 느껴진다.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1층 모습 [© 무신사]

기존 홍대·강남점은 무신사 오프라인 사업 초기에 온라인에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기고, 무신사 스탠다드를 알리기 위한 브랜드 체험 목적에 치중했다. 반면 이번 동성로점은 무신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적 규모를 키워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상품 다양성과 품질에 집중했다. 동성로점은 남성·여성 패션 포함 기존 매장들보다 약 30% 많은 400여개 스타일, 1300여개 상품(SKU)을 갖췄다.

특히 기존 매장 대비 동성로점 마네킹 수는 3배 가량 많다. 각 층과 코너, 통로마다 마네킹들이 진열돼있러 다양한 스타일 코디를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1층은 남성과 여성 공용 유니섹스 공간이고 지하 1~2층은 여성, 지상 2~3층은 남성 제품 전용 공간으로 마련했다.

각 층 전반적인 콘셉트는 무신사 스탠다드 정체성인 무채색·메탈릭으로 일관된다. 이 속에서 마네킹들을 통해 무신사가 제안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다. 공간 곳곳에 위치한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에 세일이나 프로모션 정보 대신 ‘룩북’ 이미지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매장 자체 차분한 느낌을 더한다.

통로나 코너마다 진열된 마네킹들을 통해 스타일을 참조할 수 있다.

지상 3층 남성 포멀 상품 코너

보통 무신사는 ‘남성’, ‘캐주얼’ 의류 중심으로 판매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동성로점에 진열한 코디들을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다. 가령 3층은 남성 포멀웨어 중심으로 ‘마시모두띠’ 같은 느낌이라면 2층은 남성 캐주얼 아이템 위주 ‘유니클로’와 유사하다. 3층 슬랙스 포커스 존에선 전체 슬렉스 라인업 38종 중 25종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2층엔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해 4월 선보인 스포츠 상품들 조명 공간을 처음 조성했다.

지하 1층은 여성 캐주얼, 지하 2층은 여성 포멀로 채워 여성 고객 유치에 집중한다. 실제 무신사에 따르면 강남점의 경우 매장에서 구매하는 여성 고객 비중은 온라인에서보다 2배가량 더 높은 편이다. 트렌디한 상품과 기본 아이템들을 두루 전시하고, 동성로점에선 처음으로 여성 언더웨어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주목 받는 스웨트·코듀로이, 레더 등 소재 위주로 전시하고 상품들에 무신사 로고가 없기 때문에 ‘올드머니룩’으로도 매칭하기 좋다.

지하1층 여성 캐주얼

지하 2층 여성 포멀

동성로점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들도 준비했다. 먼저 대구 천연 기념물 수달이 그려진 티셔츠와 스트링백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해당 제품은 그래픽 아티스트 있는 ‘옥근남(OKEH)’과 협업해 제작했다. 또한 무신사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단복 데님 트러커 재킷과 데님 팬츠도 동성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지역 첫 오프라인 매장을 최대 규모로 연 만큼 널찍한 공간도 동성로점 강점이다. 대표적으로 피팅룸은 지상 3층 17개, 지하2층 11개로 총 28개를 갖췄다. 홍대·강남 매장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피팅룸’을 마련해 직접 고른 제품을 입은 자신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일반 피팅룸 공간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넓고, 뒷모습도 확인할 수 있도록 거울을 앞뒤로 배치한 세심함도 눈에 띈다.

지상3층 17개 피팅룸(좌)와 동성로점에서만 판매하는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단복

호텔 로비 스타일을 가져온 1층 계산대

1층 계단 우측에 자리한 계산대는 마치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한다. 매장 외관엔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무탠픽업 락커’를 운영한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상품에 한해 픽업할 수 있고, 재고 유무 역시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서울 아닌 대구에서도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홍대·강남점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은 지난해 기준 2000억원을 넘어섰다. 무신사는 동성로점을 시작으로 부산 서면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에서의 무신사 존재감을 더 키우기 위함이다.

선진영 실장은 “홍대·강남점을 운영하며 온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고객층을 오프라인에서 많이 만날 수 잇다는 점을 배웠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무신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새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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