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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에 '또' 등장하는 인간안보..."대체 뭐길래?"

이건한 기자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이 2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ES 2024에 대해 설명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이 2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ES 2024에 대해 설명했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다가올 ‘CES 2024’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를 또 한번 핵심 주제로 제시한다. HS4A 개념이 다소 모호했던 올해 행사와 달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한층 가시적인 의미가 강조될 예정이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26일 을지로 롯데호텔 서울에서 CES 2024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매회 전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의 관람객, 수천개 기업이 참가하는 초대형 전시회다. 특히 1월에 열리는 CES는 글로벌 IT 업계의 신년 화두를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CES 2024는 약 13만명의 관람객과 3500개의 기업이 찾을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CTA는 CES 2023에 이어 CES 2024에서도 인간안보를 중요한 전시 주제로 꼽았다. 인간안보는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창한 인간안보는 일반적인 '군사적 안보' 이상의 개념이다. 나아가 인간의 삶이 ▲식량 ▲의료 ▲환경 ▲안전 등 다방면에서 풍요로워야 존엄과 평화도 지켜진다는 범인류적 안보관이다.

다만 CES 2023에서는 이 같이 생소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단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 자사의 전시관을 인간안보와 결부해 설명하는 기업도 찾기 어려웠다. 인간안보의 개념과 접근방식이 워낙 광범위하고 모호했던 까닭이다.

이를 의식한듯 이날 간담회에서 샤피로 회장은 “CES 2024에서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술로 전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안보 개념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N도 안보 개념을 매우 중시하며 지난 9월 열린 UN총회에서는 ‘첨단기술 안보’가 8번째 인간안보 분야로 지정됐다고 강조했다.

샤피로 회장은 이어 “인권, 인간적인 안보 문제 상당수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게 CTA의 입장”이라며 “기술은 혁신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간안보 개념에 CES와 걸맞은 ‘첨단기술’이 공식 추가되면서 CES 참가기업들이 인간안보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란 CTA의 기대가 담긴 대목이다.

(왼쪽부터) 게리 샤피로 CTA 회장, 킨제이 파브리치오 CTA 수석부사장, 존 T 켈리 부사장 겸 쇼 디렉터.
(왼쪽부터) 게리 샤피로 CTA 회장, 킨제이 파브리치오 CTA 수석부사장, 존 T 켈리 부사장 겸 쇼 디렉터.

매년 빠르게 확장되는 CES의 외연도 CTA가 인간안보 같은 광범위한 주제를 미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1967년 시작된 CES는 2000년대 들어서도 ‘소비자 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란 이름에 걸맞게 주로 첨단 가전과 최신 전자기기 등이 주인공이었던 행사다.

하지만 2010년대 ‘자동차’를 필두로 CES에 전략적으로 참가하는 기업과 산업의 경계가 확대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 플랫폼은 물론이고 AI,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일례로 CES 2023에서는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이 손과 팔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들도 화장품을 안정적으로 바를 수 있도록 설계된 휴대용 로봇 메이크업 어플리케이터 ‘합타’로 CES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가운데 매년 전세계 기업이 한데 모여 교류하는 CES는 분야를 막론하고 신규 비즈니스 발견, 기업 인지도 제고의 장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CES의 흥행이 중요한 CTA도 더이상 제한된 기술 카테고리를 CES의 주인공처럼 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이날 관련한 킨제이 파브리치오 CTA 수석부사장의 언급도 있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자동차 제조사의 CES 참여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15년 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5년 전에는 농업이나 건설 분야의 참여 또한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 모두가 CES를 찾기 시작하며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참가기업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것도 CES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킨제이 부사장의 말대로 56살 CES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한국기업들의 참여도 도드라진다. 특히 내년 CES에는 이례적으로 조선 및 건설기계 기업인 HD현대의 정기선 사장이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CTA에 따르면 CES 2024 국내 참관사는 약 500개에 달한다.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파크’에만 300개 이상의 한국 스타트업이 전시부스를 꾸린다. CES 2023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은 292개가 참여해 스타트업 부문에서 참여국 중 최다를 기록했다. 현장을 방문한 한국 전문가 1만2370명은 CES 종주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CES 2024는 내년 1월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현재 현장참가 접수 중이다. CTA가 꼽은 CES 2024 주요 전시 카테고리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푸드테크 ▲애그테크 ▲헬스케어 및 웰니스 테크 등이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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