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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예산안분석] 내년 R&D 예산삭감, 정책 신뢰도에 부정적…‘적정성’ 재검토 필요

백지영 기자
2024년 R&D 사업 가운데 90% 이상 예산이 감액된 사업 [ⓒ 국회예산정책처]
2024년 R&D 사업 가운데 90% 이상 예산이 감액된 사업 [ⓒ 국회예산정책처]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의 조기종료, 과도한 삭감 등으로 일관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정책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예산 가운데 R&D 분야 재정지출 계획은 최근 4년간 발표된 계획(5개년 계획)과 비교해 일관성이 떨어지며, 올해 초 발표한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2023~2027) 목표와의 정합성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추후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도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정부R&D 예산안은 앞서 지난 6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전면 백지화된 바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약 2달 말에 발표된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대비 16.6% 감소한 5조2000억원으로 줄어든 25조9000원을 배정되며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이번 R&D 삭감을 ‘다이어트’에 비유하며, 그동안 과도하게 늘어난 R&D 예산의 걷어내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내년 R&D 예산안 25조9000억원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4년 투자 계획(34조원)보다 8조1000억원 적고 직전연도 계획인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4년 투자 계획(32조원)보다 6조1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또, 올해 3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에서 의결한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2023~2027)에 따르면 R&D 투자를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을 유지, 5년 간 17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9월 1일 국회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이 숫자가 145조7000원으로 24조8000억원 줄었다.

예산처는 “정부가 R&D 예산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R&D 투자 방향에 대한 합일된 목표와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조기종료 사업과 계속사업의 예산 감액 과다가 지적됐다.

지난해 과기정통부 소관 R&D 사업 중 2024년 예산안 편성 결과 종료되거나 통폐합된 세부사업은 총 63개 사업이다. 예산 규모는 3436억4800만원이다. 이 중 통폐합된 사업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종료된 사업은 총 42개 사업으로, 예산 규모는 1756억3900만원이다.

예산처는 “42개 중 당초 계획에 따라 종료되는 사업은 38개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4개 사업은 R&D정책방향 및 환경 변화, 재정여건 등에 따른 지출효율화의 일환으로 당초 계획에 비해 조기 종료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온라인 수학‧과학 가상실험 환경구축 사업이다. 이는 코로나19 등 비대면 사회 확산에 따라 수학과 과학에 관한 가상 실험 콘텐츠를 통해 초중등 수학‧과학 역량 강화를 위한 마련됐다. 2022년 시작됐으나 2년 만에 종료된다.

2022년에는 가상실험 콘텐츠 개발 및 SW실행환경 구축 등에 14억원을, 올해는 추가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 운영에 13억8000만원을 투입해 2년 동안 총 27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 편성 시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돼 더 이상 사업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 구축된 플랫폼에 대한 매몰비용 발생, 향후 플랫폼의 관리 및 활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예산처는 “R&D 사업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획‧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착수 2년만에 사업이 폐지되는 것은 정부의 R&D 사업 기획 및 예산안 편성의 전략성이 미흡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R&D 계속사업의 예산 감액 과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과기정통부 소관 R&D의 사업별 예산안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357개 세부사업 중 2개(0.6%) 사업은 비R&D사업으로 전환됐고, 63개(17.6%)는 종료 또는 통폐합됐다. 229개(64.1%) 사업은 전년 대비 감액됐다.

229개 감액 사업의 52.4%인 120개는 30% 미만 수준, 24개(10.5%)는 30%~50%, 50% 이상 감액된 사업도 85개로 전체의 37.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024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액된 10개 사업은 사실상 사업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폐지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사업 중 당초 계획에 따라 자연감소 되는 사업은 2개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8개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전년 대비 예산이 대폭 감액된 것으로 분석됐다.

ICT R&D 혁신바우처 지원 사업의 경우, 2024년도 예산안은 전년 대비 95.2%(382억8900만원) 감소한 19억2000만원이 편성되며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ICT 융합 신제품‧서비스 개발을 희망하는 중소‧중견기업에 혁신바우처를 지원하고, 이를 활용해 대학이나 출연연구소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맞춤형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20년에 착수된 이후 2024년까지 총사업비 3224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이 사업에 투입된 국고는 총 1621억100만원이다.

당초 2022~2026년 중기재정계획 상 2024년 투입 계획액은 448억3600만원이었으나 19억 2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2320억원) 대비 70.7%의 예산이 지원된 셈이다.

예산처는 “이번 사업은 바우처 지원 중소‧중견기업의 사업화성공률과 사업화매출액을 성과지표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원규모가 줄어들게 되어 당초 수행하려던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고 일부는 개발‧구축된 장비나 연구 인프라 사장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일부 사업은 2024년에 지급돼야 할 연구비를 2025년 이후로 순연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5년 이후 R&D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여유재원의 확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절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1조793억원이 편성된 국제협력 R&D 사업의 경우 공통된 가이드라인과 사업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기정통부 소관 R&D 사업 중 총 62개가 국제협력 목적으로 추진된다.

예산처는 “현행 법령 상 해외기관의 국내 R&D 과제 수행의 법적 근거,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창출된 연구성과의 귀속, 국제협약‧지식재산권 관련 가이드라인 및 지원체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제협력 R&D 사업 추진 시 연구현장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통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추진해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과기정통부 예산 가운데,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기금 수지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24년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운용규모는 전년 대비 13.5%(4111억3600만원) 감소한 2조6324억원이다. 이중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주 수입원인 주파수할당대가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연도별 주파수 할당대가를 살펴보면, 2017년 8000억원에서 신규 주파수 할당이 이루어진 2018년 1조7000억원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1조1000억원 안팎으로 유지되다가 2021년 3G‧LTE 주파수 재할당에 따라 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과기정통부는 5G 28㎓대역 재할당 등을 예상하고 1조8000억원의 주파수할당대가를 수입에 편성했다. 하지만 이통 3사가 2018년 28㎓ 대역 신규할당 시 구축하기로 한 기지국 의무 구축수량을 미이행하면서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고, 재할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8㎓ 대역에 대한 신규할당을 추진 중이지만, 신규사업자 참여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예산처는 “이로 인해 올해 예상했던 주파수할당대가 수입이 예상(1조7863억원) 대비 약 7500억원 가량 감소한 1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3G‧LTE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로 재할당 여부가 논의되는 2026년 이전까지 기금 수입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2024년도 예산은 18조3000억원 규모로 올해(18조9000억원) 대비 약 6000억원 감소했다.

과기정통부가 설명한 구체적인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 주력기술‧초격차 등 핵심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R&D 사업 등에 2.4조원, ▲ 국제협력 및 ICT 분야 해외진출 지원에 1.1조원, ▲ 과학기술‧디지털 인재양성 지원에 2.8조원, ▲ AI일상화 및 K-디지털 등 디지털 확산에 1.3조원, ▲ 출연연 및 지역혁신 역량 제고에 4.3조원이 편성됐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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