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시즌2, '웨이브'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왜?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콘텐츠 '약한영웅'이 차기 시즌 제작을 확정한 가운데, 편성 플랫폼에 변화를 줬다. 제작업계 관행상 시리즈물의 첫 번째 콘텐츠가 흥행할 경우, 편성 플랫폼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과 달리 '약한영웅 Class2(가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편성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한영웅'이 뭐길래…"웨이브 1위 콘텐츠였는데"
4일 넷플릭스는 "약한영웅 Class2 제작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약한영웅'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2는 친구를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은 채 '은장고등학교'로 전학간 '연시은(박지훈 분)'의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다.
약한영웅 Class2의 경우 은장고등학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원작 웹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이는 이날 공개된 캐스팅 라인업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약한영웅 Class2를 소개하며 ▲박후민(려운 분) ▲서준태(최민영 분) ▲고현탁(이민재 분) ▲나백진(배나라 분) ▲금성제(이준영 분) 등 연시은 외 주요 등장인물들을 공개했다. 박후민, 서준태, 고현탁은 원작 웹툰에서 연시은과 친구이자 동료이며 나백진과 금성제의 경우 '연합'의 주축으로 이들과 맞서는 인물들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됐던 약한영웅 Class1의 경우, 웹툰에서 나오지 않았던 스토리의 '프리퀄(기존 이야기보다 앞선 시점의 내용을 다룬 속편)'을 다루는 한편 마지막화를 통해 은시은이 은장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내용이 담겨 차기 시즌 제작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당시 약한영웅 Class1은 기존 등장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캐릭터의 성격이나 관계성에 변주를 주며 웹툰 서사와 다른 성장 스토리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당시 약한영웅 Class1은 수익성 확대를 노렸던 웨이브에게 있어 '가뭄 속 단비'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실제로 웨이브가 집계한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약한영웅 Class1은 공개 직후 웨이브의 지난해 연간 유료 가입자 견인 지수 1위를 기록했다. 약한영웅 Class1이 지난해 11월 공개된 것을 감안하면 약 한 달여만에 1년치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웨이브는 약한영웅 Class1을 미주 OTT 플랫폼 '코코와(KOCOWA)'의 '비키(ViKi)' 채널에 공개하며 해외 팬층까지 구축했다. 실제로 약한영웅 Class1은 비키 채널에서 이용자 평점 9.9점(10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 고민한 웨이브, '약한영웅' 놔줬다
이처럼 약한영웅 Class1이 웨이브의 수익성을 극대화 시킨 데다, 제작진도 열린 결말류의 엔딩을 통해 차기작 제작 가능성을 열어두자 제작업계에서는 '약한영웅 Class2가 웨이브에 편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약한영웅 Class2는 차기 시즌 제작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편성마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결정되는 결과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약한영웅 Class2 편성은 최근까지 장고를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행을 결정했다. 이는 전작 플랫폼인 웨이브와 제작사 측의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인데, 여기엔 '그들만의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웨이브의 적자폭이 확대된 상태에서 콘텐츠 볼륨이 커진 약한영웅 시리즈까지 계약하는 것은 일종의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웨이브의 연간 영업손실은 558억원 규모에서 1년 만인 지난해 들어 1217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약한영웅 Class1이 웨이브의 수익성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콘텐츠 제작·수급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웨이브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웨이브가 이르면 이달 내 티빙과의 통합 절차를 밟을 계획인 만큼,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편성은 우선순위상 후순위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웨이브는 티빙과의 통합을 통해 기업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과의 경쟁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웨이브와 티빙의 통합 추진은 각 사 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 측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약한영웅이 넷플릭스로 간 결정적인 배경은 웨이브가 긴 논의 끝에 제작진에게 철회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놓아준 것에 있다"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제작진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웨이브간의 입장 차이가 있었고, 결국 웨이브가 한 발 물러서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편성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동제작사인 '쇼트케이크'의 입장문을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쇼트케이크 측은 입장문을 통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제작사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기로 결정했고 웨이브 역시 약한영웅 Class1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촬영을 앞두고 양사가 처한 상황에서 협업이 어려운 것을 확인했다"며 "창작자, 배우, 스텝, 그리고 무엇보다 팬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이야기의 끝맺음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른 방안을 적극 모색했고 웨이브와 충분한 사전 논의를 나눈 후 넷플릭스와 함께 하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플랫폼 교체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 자동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는 중소 OTT사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성공해도 자본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대형 플랫폼사가 다음 시즌 판권 및 방영권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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