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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연임 우선심사제’ 폐지… 최정우 회장, 논란에도 '3연임 도전' 승부수 띄우나

박기록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포스코그룹의 현직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연임 우선심사제’가 폐지됐다.

‘연임 우선심사제’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우선 심사한뒤, ‘적격’ 판정을 내리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 안건으로 그대로 상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임 우선심사제’는 사실상 현직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연임이 가능한 ‘셀프 연임’ 제도라는 혹평을 받아왔다.

포스코홀딩스는 19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연임 우선심사제’ 폐지를 포함한 ‘포스코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정우 회장이 이달중 만약 3연임 도전을 선언할 경우에는 복수의 CEO 추천 후보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평가를 받게된다.

이날 포스코 이사회는 ‘포스코 신 지배구조 개선안’과 관련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를 비롯해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 신설 ▲회장 후보군 자격요건 구체화 및 사전 공개 ▲이사회 산하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가칭) 운영 등을 의결했다.

‘연임 우선 심사제’가 폐지됨에 따라 그동안 유지해왔던 기존 회장 추천 절차도 변화됐다.

이사회는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도록 했다.

따라서 회장이 연임 의사를 포기하거나 임기를 중단했을 경우, 운영되는 ‘회장 승계 카운슬(Council)’은 폐지되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가 후보군 발굴과 자격심사 기능을 맡는다.

이사회에 따르면,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은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은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도덕성 등 5가지 항목으로 정했다.

이와함께 회장 후보군을 발굴·육성하는 회장 후보군관리위원회는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상설 운영회로 운영된다.

특히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에 있어 사외이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 선임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현 사외이사 후보추천자문단의 역할을 확대하고, 사외이사 후보군도 기존 3배수에서 5배수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외이사의 전문성·기여도·청렴성 등에 대한 평가를 매년 실시하고, 산업 현장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보유한 경영자 출신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교수 등 학계 출신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다소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앞서 올해 3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국내외 모범이 되는 지배구조를 갖추겠다”고 밝혔고, 이후 ‘신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포스코가 이번 신지배구조개선 TF를 통해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를 논의한 것과 관련, 시장에선 그동안 최 회장이 3연임에 강력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또한 올 상반기 ‘2차 전지’ 광풍이 거세게 불면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그룹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작년 태퐁 예보에도 골프, 관용차 사적 이용 논란 등 구설수… 3연임 도전 여론에 걸림돌

그러나 이날 '연임 우선심사제' 폐지와 같은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현재 외부에선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적지 않다.

최 회장이 지난해 9월초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사상 처음 침수됐던 사고 당시, 앞선 태풍 예고에도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나 그 해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크게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고, 또한 올해에는 관용차 사적 이용 논란도 있었다.

이어 올해 8월에도 포스코 해외 이사회 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들과 골프 회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지난 10월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최 회장을 증인신청하기도 했다. 당시 최 회장은 유럽 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출석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때마다 최 회장이 번번히 재계 동행단에서 제외되는 등 현 정부와의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포스코가 가지는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할때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1월초 노사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포스코 설립 55년만에 올해 초유의 파업 위기까지 몰렸었다는 점도 최 회장의 리더십 논란을 낳았다.

앞서 올해 4월, 포스코홀딩스는 최 회장을 비롯한 26명의 임원들에게 스톡그랜트 방식으로 2만7030주가 넘는 주식을 성과급으로 차등 지급한 것으로 두고, 포스코 노조는 "(경영진들이) 비상경영을 외치면서 본인들은 조합원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임금인상율 등 포스코 정신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직격한 바 있다.

노조의 파업 명분을 포스코의 경영진이 제공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연임 우선 심사제’ 폐기를 통해 최 회장이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았지만 이는 최 회장이 3연임 의지까지 내려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정말로 3연임 생각이 없었다면 쉽게 ‘불출마 의사’만 표시하면, 그 이후의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과정은 개선안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때문이다.

오히려 한편에선 최 회장측이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포기함으로써 경쟁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3연임 명분을 쌓는 수단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력한 3연임 의지로 봐야한다는 해석이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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