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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탑재 예고한 SKB, 점유율 확대 가능할까 [IT클로즈업]

채성오 기자
[ⓒ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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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IP)TV 서비스인 'B tv'가 AI(인공지능)를 더해 리뉴얼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 탑재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IPTV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SK브로드밴드는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넷플릭스 탑재로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적용 시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IPTV 상품 구성을 두고 논의 중인 상황인데 현재로썬 내년 2분기 말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글로벌 화제작 '오징어게임' 시즌2가 내년 하반기나 2025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언급했던 시기 직전까지만 탑재한다면 충분한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일 AI B tv 간담회 현장에서 김성수 SK브로드밴드 Customer사업부장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내년 2분기말 쯤 넷플릭스 관련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상호 논의중이며 경쟁사 상품 이상으로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B tv에 넷플릭스가 탑재되면 SK브로드밴드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뉴얼된 AI B tv에 'OTT 포털' 형태의 단일 메뉴가 구축됨에 따라 편의성이 개선되는 만큼, 넷플릭스가 탑재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B tv의 OTT탭 메뉴는 ▲웨이브 ▲티빙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OTT 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해당 메뉴에는 애니메이션 전용 OTT로 알려진 '라프텔'과 내년 2월 한국 철수를 선언한 '트위치'까지 포함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트위치의 경우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는대로 관련 메뉴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탑재하기로 결정된 상태이지만 내년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상품이 예정보다 일찍 적용될 경우 트위치가 빠진 자리에 넷플릭스가 들어가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트위치와 영화·드라마·예능 등을 시청하는 넷플릭스의 활용성은 다르지만, IPTV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 서비스를 대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유일하게 넷플릭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B tv 장기 가입자에게는 이번 제휴 결정이 '계약 연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지난 9월까지 지속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이용료 분쟁 상황과 연관성을 갖는다. 2019년 망 이용료 대가 산정을 두고 시작된 양사의 의견 차이는 SK브로드밴드의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신청을 시작으로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및 관련 항소까지 이어지며 올해까지 분쟁을 이어갔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KT는 '전쟁' 대신 '동맹'을 택하며 다른 노선을 걸었다. 2019년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에 관련 서비스를 탑재했고, KT도 이듬해인 2020년 들어 넷플릭스 제휴 상품을 선보였다.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흥행하면서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도 넷플릭스 수요층이 형성되는 시기였고 2020년 들어 ▲킹덤 시즌2 ▲인간수업 ▲스위트홈(시즌1) 등 신규 오리지널이 공개돼 '넷플릭스'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넷플릭스를 TV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 LG유플러스·KT IPTV 가입자와 달리 SK브로드밴드 사용자는 타사와 비슷한 요금을 내고도 관련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했다. 내년 B tv에 넷플릭스가 탑재될 경우, SK브로드밴드 가입자도 타사 IPTV처럼 넷플릭스를 TV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제휴 상품 설계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는 직전 반기 대비 5.3% 증가한 658만5274명의 IPTV 가입자(SO 제외)를 확보하며 KT와 LG유플러스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가입자 지표가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SK브로드밴드는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킬 '창구'로 '넷플릭스 제휴 상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IPTV를 리뉴얼하면서 넷플릭스 제휴 상품도 예고한 것은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내년 관련 서비스 적용 전까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이렇다할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넷플릭스 플랫폼 및 서비스에 대한 매력 자체가 반감될 수 있어 기대 효과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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