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SBS 지분, 필요하면 담보로"…'매각' 가능성은?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여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태영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BS 주식까지 담보로 잡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SBS 매각설'이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태영그룹 측은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필요할 경우 지주사 TY홀딩스와 SBS 주식 등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걸겠다"고 발표한 만큼 '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추가 자구안' 안에 'SBS 지분 담보 제공' 조건을 내세웠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의 골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이다. 여기에 부족할 시 경영진이 보유한 지주사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는 SBS 지분을 담보로 걸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은 해당 지분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대출 받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대주주 지분을 모두 활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셈이다.
현재 TY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SBS 지분은 673만8017주(36.92%)로 10일 장중 거래가(오후 3시 기준 주당 2만7750원)로 계산할 경우 약 1870억원의 가치를 지닌다. 즉, 태영그룹 경영진이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2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유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시간 기준, SBS의 시가총액은 5148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외에도 TY홀딩스는 ▲SBS인터내셔널(100%) ▲SBS네오파트너스(100%) ▲SBS미디어넷(91.7%) ▲문고리닷컴(60.0%) 등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추가 자금 동원도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태영그룹 경영진은 TY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방송계열사 지분도 담보로 내놓겠다는 입장이어서 시장가치 2000억~3000억원대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SBS미디어넷 지분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SBS미디어넷은 ▲SBS FiL ▲SBS스포츠 ▲SBS골프 ▲SBS비즈 ▲SBS M 등 SBS에서 주요 경제·스포츠 분야 방송채널용사업자(PP)를 운영하는 곳으로, 2022년 기준 자산은 2788억원이며 같은 기간 매출 1674억원과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SBS 관련 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던 태영그룹 경영진이 추가 자구안을 통해 관련 지분을 담보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일부 방송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태영그룹이 TY홀딩스가 보유한 에코비트, 블루원, 평택싸이로 등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동시에 매각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자, 방송 계열사 매각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태영그룹 측이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해당 주식의 가치가 4000억~5000억원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태영그룹 경영진이 SBS 지분 완전 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만 1조3462억원에 달하는 지상파 방송사를 선뜻 인수할 '큰 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SBS의 경우, 방송법상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따라야 하는 만큼 민간기업의 인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SBS 지분 활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통해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채권단도 워크아웃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다만, 다른 계열사와 달리 SBS의 경우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만큼 이번 워크아웃을 위해 방송사업을 타사에 넘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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