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 주인 찾을 수 있을까… 보험사 M&A '시계제로'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금융지주사들과 사모펀드사(PEF)들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보험사들의 인수합병(M&A) 전망이 불투명하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비우량 물건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지난해 대비 크게 사정이 나아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활발한 M&A를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매물 또는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지난해 10월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매각이 무산됐던 MG손해보험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31일 MG손보 정리 관련 회계·법률자문 용역 공고를 내면서 3차 공개 매각 추진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섰다.
매각 실패가 무려 6번에 달하는 KDB생명도 올해 여전히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도중에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의 보험사인 ABL생명과 동양생명도 매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 자산을 정리중인 다자보험은 지난해 하반기 PEF들과 ABL생명에 대한 매각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추후 같은 계열사인 동양생명도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BNK금융지주가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은 사모펀드를 활용해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절차가 확정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험사 매물 쌓여가는데…M&A 전망은 '글쎄'
이처럼 시장에서는 보험사들의 매물이 쌓여가고 있는 모습이지만, 실제 M&A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롯데손보는 매각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손보의 매각가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롯데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이 있었는데, 가격에 대한 이견이 무려 조단위에 달해 무산됐다는 후문이 있다"며 "통상 몇천억 정도까지는 협상에서 흔한 일이지만, 조단위의 액수로 이견이 갈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롯데손보의 매각가는 1조원 정도로 책정이 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매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한 것도 외국계 원매자까지 모두 끌어들여 최대한 가격을 높이겠다는 심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MG손보와 KDB생명의 경우엔 여전히 저조한 재무건전성 등으로 매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M&A를 성사하더라도 드라마틱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MG손보는 지난해 PEF가 접촉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으며, KDB생명 역시 하나금융지주가 실사까지 마쳤으나 돌연 인수 포기를 선언했었다. 당시 이들의 매각 불발의 이유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들여야 할 자금이 상당하다는 점이 꼽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시 MG손보 원매자로 손보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던 교보생명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교보생명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MG손보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였다는 말도 나오곤 했다"고 귀띔했다.
KDB생명 역시 하나금융의 생명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 직원들이 KDB생명의 인수를 내심 우려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그나마 동양생명을 알짜 매물로 평가하며 M&A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우선적으로 ABL생명의 매각이 이뤄져야 향후 동양생명이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PEF가 접촉하던 ABL생명의 매각이 최근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동양생명의 매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BNK금융이 생명보험사 외에 손해보험사까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이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특히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을 당국의 입김에서 벗어난 사모펀드사보다는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해 가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 일 것"이라며 "하지만 매물로서 특별한 매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동안 보험사 M&A가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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