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성적표 유출, 알라딘 해킹…‘10대 해커들’ 법원 판결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최근 들어 젊은 해커들이 연이어 법정에 섰다. 다만, 법원에선 이들 해커들이 어린 나이임을 고려해, 감형을 하거나 다시 기회를 주는 등의 판결을 했다.
우선, 경기도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시스템 서버를 해킹해 전국 고등학생 27만여명의 모의고사 성적자료를 유출한 대학생 A씨(20)는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해킹했을 당시 A씨는 고등학생이었다. 인터넷 중고서점 알라딘을 해킹 후 금전을 갈취한 10대 B씨(18)는 실형이 아닌 소년부 송치를 받았다. 재판부는 B씨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는 설명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는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0월5일부터 지난해 2월18일까지 경기도교육청 전국학력평가시스템 서버를 해킹, 75회에 걸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국 고등학교 모의고사 27만360명 성적표 파일을 텔레그램 채널 ‘핑프방’ 운영자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에게도 같은 동네 고등학교 학생들 성적 자료를 볼 수 있는 해킹 인터넷주소(URL) 링크를 전달했다.
원심에서는 “초범이고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금전 등 영리적 취득이 없는 치기 어린 범행인 점을 고려해도 죄책이 너무 무거워 낮은 형 선고가 어렵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부정한 목적으로 3차례 이상 자료를 제공한 범죄다. 27만여건 개인정보를 유출하면서 자신을 무시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다는 악의적 의도로 범행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피고인 나이와 피해 정보 등을 고려했을 때 형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인터넷 중고서점 ‘알라딘’을 해킹한 10대 해커 또한 재판부의 선처를 받았다. B씨는 지난해 5월 알라딘을 해킹해 전자책 약 5000권을 우선 유포했다. 이후 비트코인 100BTC(당시 시세 약 36억원)를 주지 않으면, 100만권 전자책을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3차례에 걸쳐 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B씨는 8600만원 상당 현금과 비트코인을 받아 일당들과 나눴다.
이후엔 시대인재와 메가스터디 등 유명 입시학원 유료 강의 동영상 약 700개를 해킹해 유포했으며, 알라딘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협박했다. 알라딘 때와 달리 입시학원들은 금전을 전달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인터넷 서점도 해킹했다.
B씨는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해 전문가 수준 실력을 갖춘 해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B씨가 어린 나이에 높은 재능을 지닌 점을 고려해,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B씨를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재능을 잘 발휘해 우리가 아는 실리콘밸리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다”며 “지적 호기심 등을 잘 발휘해 인생을 올바른 길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부분을 선택해주는 것이 본인과 가족과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관련해 검찰은 1심 결정에 불복해 최근 항고했다. 검찰은 “범행수법, 피해액 등을 볼 때 죄질이 불량하고 계획범죄”라며 “재범위험성이 높으며, 법원 양형기준으로도 중형 선고 대상”이라고 밝혔다. 공범 2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같은 재판부 결정은 어리고 재능 있는 이들에 대한 기회, 또는 과도한 감형인가를 놓고 논박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들이 사회에서 옳은 방향으로 재능을 꽃필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만, 판결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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