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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배터리법' 시행에 비용 부담 불가피…K배터리, 수익 전략 고심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U 배터리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성능, 공급망 실사, 폐배터리 순환⋅관리 등 EU 배터리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시설이 현지 내 구축되지 않아서다.

추가적인 투자로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만큼 배터리 3사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직접 폐배터리 공장을 조성 할지 또는 현지 협력을 추진할 지 등 어떤 전략이 수익성에 유리할지 검토 중이다.


◆ 'EU배터리법' 18일 전격 시행…31년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EU 배터리 법은 이달 18일(현지 시각)부터 시행됐다. EU 역내에 유통되는 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재활용 기준을 강화가 골자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폐배터리 급증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 등을 대비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우선 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 신고가 의무화되고 폐배터리 수거, 공급망 실사 의무화 등이 적용된다.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소형 배터리는 소비자들이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2킬로와트시(kWh) 이상인 산업용 배터리는 각각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이 도입된다.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기준도 강화된다. EU는 이르면 2031년부터 적용할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최소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규정했다. 2036년에는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 비율 기준이 상향된다. EU는 폐배터리 재활용 장려를 위해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의 50%, 코발트·구리·납·니켈은 각각 90%씩 추출을 목표로 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와 폴란드 등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 EU배터리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2018년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지난해 말 케파(CAPA⋅생산능력)은 9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으로 거듭났다.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폭스바겐, 벤츠, BMW, 볼보, 르노, 아우디, 포르쉐, 다임러, 푸조 등 유럽 완성차업체로 보내진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법인. [ⓒ삼성SDI]

삼성SDI는 지난 2016년 헝가리 괴드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한 후 2018년부터 양산 중이다. 삼성SDI 헝가리 제1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연간 30GWh로 전해진다. 유럽향 매출 확대로 헝가리 제2공장 증설, 지난해 초 일부 라인 양산이 시작됐다. 삼성SDI의 케파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 현지 재활용vs국내 이용..방법론 두고 '고심'

SK온은 헝가리 코마룸에 각각 8400억원, 9500억원을 투입한 제1·2공장을 운영 중이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헝가리 이반차 제3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47.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갖춘다.

이렇게 막대한 물량의 배터리 생산하는 가운데, EU 배터리 법 시행으로 앞으로 배터리 3사는 사실상 현지 내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당장 여건이 되지 않는 만큼, 현지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거나 폐배터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공장은 폐배터리 가공 및 원재료 회수가 모두 가능하며 올해 말 가동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울산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1조원 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SK온은 아직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에서 재활용 공장을 조성 중인데, 유럽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화 가능하다 하더라도 운송비용 등은 수익성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지 내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공장 등을 조성하는 것도 부담 요소인 만큼, 어떤 게 더 나은 전략이 될 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는 모두 EU 배터리법 관련해 주요 원부자재의 소싱처를 현지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역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수익성과 품질 등을 모두 고려해 어떤 방향성이 더 나을지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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